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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무너진 사회 교육을 다시 세우자⑭]-"도대체 내가 대학에서 뭘 배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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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 직장인 만족도 떨어져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 지난해 말 모 대기업 인사부에 입사한 박모(31)씨는 가끔 자신이 대학에 꼭 진학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대학 시절 배운 내용들이 막상 취업하고 보니 직무와 전혀 연관성이 없기 때문. 박씨의 전공은 경영학이었다. 그는 "대학 시절 배운 것들은 대부분 지난 과거의 내용들이고 그것도 이론 중심이었다"며 "이럴 바에는 비싼 돈 주고 대학 다닐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유독 박씨뿐일까. 현재 우리나라 대학 교육은 수많은 박씨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학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대학 본연의 역할에 걸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 현실과 동떨어진 대학교육=가장 큰 문제는 직무현실과 연관성이 크게 떨어지는 대학교육의 현실이다. 이는 대학을 졸업한 직장인과, 신입직원을 받아들인 회사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3월 대학교육협의회가 24개 주요기업의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교육이 자신의 직무와 얼마만큼 연관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신입사원들은 100점 만점에 평균 48점을 주었다. 산업별로는 자동차 산업 신입사원들의 만족도가 60점으로 가장 높았고 보험 산업 신입사원들은 42점으로 가장 낮았다.

졸업생은 물론 기업들의 대학교육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초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기업 인사담당자 337명을 대상으로 대학교육 만족도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한 결과 10점 만점에 5.6점으로 나타났다. 인사담당자들이 대학교육에 바라는 점으로는 현장 학습 위주의 교육(43.6%)과 전문적인 교육(33.2%)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즉, 현재 대학교육이 현장과 동떨어진데다가 그다지 전문적이지도 않은 수준의 교육을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공자라는 이름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 수요자 중심의 대학개혁 필요=전문가들은 수요자 중심의 대학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수요자란 졸업생을 데려갈 기업을 일컫는 말. 즉, 직무연결성이 높은 쪽으로 대학교육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안병수 서울디지털대 물류통상학부 교수는 "대학의 기능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라며 "현재 대학은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행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안 교수는 "수요자인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직무연계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중앙대 개혁은 대학개혁의 한 사례로 꼽힌다. 중앙대는 얼마 전 91년 역사를 통틀어 최대 규모의 구조 개편을 발표한 바 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에너지 공학부 등 신성장동력 관련 학과들이 새로 만들어지고 학과ㆍ학부 및 단과대 통폐합이 단행된다.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비싼 등록금 받고 사회에 나가서 써먹지 못하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죄받을 짓"이라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교수도 "중앙대가 진행 중인 개혁은 수요자 중심"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옳은 방향이다"고 동조했다.

이와 관련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은 더 이상 학문만 하는 곳이 아니다"며 "수요에 따라 대학교육이 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앙대식 대학개혁이 자연스런 변화의 모습임을 언급한 것이다.

교과부는 이미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선진형 대학교수 인사제도 도입'을 밝힌 바 있다.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립대학에 교수 총액인건비제 및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정원과 호봉이 일반 공무원과 비슷해 철밥통이라 불리던 국립대 교수사회에 개혁의 바람을 불어 넣겠다는 것이다. 중앙대의 개혁이나 정부의 업무보고나 대학개혁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바람직한 모습이라 볼 만하다.

◆ 쉽지 않은 개혁=그러나 대학개혁의 길은 험난한 실정이다. 김태성 중앙대 홍보팀장은 "미국 아이비리그 등 세계 유수대학을 대상으로 한 1년간의 벤치마킹 기간이 있었다"며 "철저히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하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중앙대 개혁은 교수 사회에서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중앙대 한 교수는 "무리하게 추진하는 면이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서두에 언급한 박씨는 과거로 돌아가면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 웃었다. 그는 "대학에 진학조차 하지 않았다면 취업도 안됐을 것"이라며 "간판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씁쓸해했다.

자신의 지난 대학 시절을 단지 간판 취득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박씨. 우리나라 대학은 간판 판매소가 될 것인가, 아니면 지식인 양성소가 될 것인가. 그것은 대학의 결단에 달렸다. 인터뷰를 마친 박씨가 일어선 자리에는 하얀 냅킨에 '2800만원'이라는 글자가 휘갈겨져 있었다. 내실없는 대학교육에 그가 지불한 비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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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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