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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무너진 사회 교육을 다시 세우자⑪] 취업의 수단으로 전락한 어학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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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에 쓸 '어학연수' 자신에게 유익한 '어학연수'로 바뀌어야...

[상식이 무너진 사회 교육을 다시 세우자] 11회

[아시아경제 문소정 기자]현재 졸업 한 학기를 남겨놓은 한국어문학과 유모(29)씨는 어학연수를 위해 휴학을 해야 할 지 학교를 다니면서 토익점수를 올려야 할 지 고민이다. 취업하기에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이력서에 어학연수라는 한 줄이 취업의 필요(必要)조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1세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 많은 사람들. 특히 대학생들이 어학연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 원래 어학연수의 목적은 외국에 나가 현지인들과 직접 부딪치면서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학연수를 다녀오지 않으면 많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이나 외국인기업 등에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실제로 채용을 담당하는 기업체 인사 담당자들 대부분은 "어학연수의 경험은 취업에 장점이 된다"라고 말했다.

어학연수를 다녀오지 않으면 서류전형에서조차 합격하기 어려운 현실은 어학연수가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취업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09년 12월 발표한 대학생 유학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1일 기준으로 어학연수 중인 대학 또는 대학원생은 총 9만8644명이다. 이는 대학ㆍ대학원 과정의 전체 유학생 24만3224명의 40.6%를 차지하고 있다.



교과부가 유학생 현황을 공식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과 비교하면 어학연수생 수는 4만782명(전체 유학생 대비 27.2%)에서 올해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또한 유학지역도 북미, 유럽 등 한정적인 곳에서 아시아와 중동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2월 졸업예정자인 서모(26)씨는 요즘 이력서 쓰기에 한창이다. 토익점수 820점, 학점 3.89. 1년 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그녀는 토익점수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08년 취업에 필요한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 어학연수를 결심한 서씨는 캐나다의 한국인이 없는 지역을 찾으려고 했지만 그런 곳은 찾기 어렵다는 유학원의 설명을 듣고 한국인들과 어울려 다니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하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고 어학연수를 갔다.

처음에는 열정적인 마음으로 유학원에서 소개시켜준 어학원을 다니면서 한국인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오직 영어만 쓰면서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빨리 늘지 않는 영어 때문에 절망감과 외로움이 커갔고 3개월이 지난 후 그도 주말이면 몰려다니는 한국인들 중 한명이 됐다. 어떤 친구들은 어학원 수업은 듣지 않고 내내 한국인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그들과 토익스터디를 하고 따로 외국인에게 회화과외를 했다.

그는 "나는 한국인들과 몰려다니면서 영어 실력 뿐 아니라 토익점수조차 오르지 않았다. 외국에 나가서까지 한국인들과 토익스터디를 하면서 외국인 과외를 받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게 한국에서 학원 다니면서 토익과 회화 공부 하는 거랑 뭐가 다른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철저하게 준비하고 가는 어학연수가 아니면, 어학연수 가는 의미가 없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게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내가 어학연수 갈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꾸준히 학원에서 수업을 들으며 영어공부를 했던 친구가 나보다 영어 스펙이 월등하게 높다"고 한숨지었다.

종로의 한 유학원 관계자는 "어학연수를 갔던 대학생들 중 절반이 생각보다 늘지 않은 영어 실력으로 인해 힘들어 한다"며 "어학연수를 그저 취업의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자신에게 유익하고 즐거운 어학연수가 되려면 미리부터 영어와의 친밀도를 쌓아 마음과 머리의 준비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력서에 한 줄 추가하기 위한 어학연수, 취업에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어학연수는 취업에 있어서도 그들 자신에 있어서도 어떤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메이크업용 어학연수보다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알찬 어학연수를 계획 해 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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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정 기자 moon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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