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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연구소] 서반포·에코델타동으로 본 '어디 삽니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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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보다 품격이 더 돋보이는 아파트들
흑석의 서반포 아파트 해프닝으로 끝나
아파트공화국에 가치제고 욕망 긴 이름들로
두 세 글자이던 이름들 수 십글자로
부산선 최초 외국어 법정동 에코델타동(洞)추진

고층빌딩에 이어 고층 아파트들로 채워지는 서울 [자료사진]

고층빌딩에 이어 고층 아파트들로 채워지는 서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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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금송힐스빌은 2002년 준공됐다. 3개동에 88세대가 모여산다. 용적률(133%), 건폐율(37%)에서 보듯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백련산 자락에 위치하고 바로 앞에 공원이 조성돼 있다. 걸어서 가려면 조금 힘들긴 하지만 숲냄새, 나무냄새 뿐만 아니라 사람사는 냄새로 가득찬 곳이다. 이 곳이 화제가 된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전에 살아서고 미담이 많아서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홍은동 사저를 떠나면서 이웃 주민들에게 답례떡을 돌리며 ‘이웃 여러분 금송힐스빌에 살아서 참 좋았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곳은 또한 한 경비원의 암투병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완치때까지 경비원을 뽑지 않고 주민들이 교대로 경비근무를 섰고 십시일반 치료비를 모으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도 암투병 소식에 ‘난 화분’과 ‘성금’을 보냈다. 비싼 곳이 아니라 격이 높은 곳이다.

아파트시대가 왔지만 지금도 상당수는 주택에 살고 있다. [자료사진]

아파트시대가 왔지만 지금도 상당수는 주택에 살고 있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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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동 신축 아파트에 ‘서반포’명칭이 들어간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서반포라는 명칭은 지번에도 없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된 용어도 아니어서 더욱 논란을 부채질했다. 확인 결과, 실제로 검토도 확정도 안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반포 인근 동작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고가와 도로 하나만 건너면 반포라는 점에서 심중에서는 ‘서반포’의 기대가 있던 게 사실이다. 마포 그랑자이는 애초 신촌 그랑자이였다. 마포구에 있어 마포를 쓰는게 맞지만 신촌이라는 브랜드가치도 상권의 쇠퇴와 맞물리면서 신촌 대신 마포를 택한 것이다. 청계천 주변은 다 청계천을 쓰고 남산자락에 있으면 남산을 붙이는 것도 지역의 특성과 아파트의 브랜드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다. 2호선을 타다보면 종합운동장(잠실), 잠실새내, 잠실, 잠실나루로 이어진다. 예전에는 종합운동장, 신천, 잠실, 성내였다가 다 ‘잠실’로 통일됐다.


2017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홍은동 사저를 떠나며 이웃들에게 받는 액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아시아경제 자료사진]

2017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홍은동 사저를 떠나며 이웃들에게 받는 액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아시아경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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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생겨나는 아파트의 이름들은 자판으로 치기도, 휴대폰에 입력해 찾기도 어려울 정도로 길다. 두 글자로 끝내던 과거와 다른 것은 아파트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생기고 지역과 아파트 브랜드명만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워서다. 더구나 아파트 브랜드가 곧 아파트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어떻게 사는가"보다 "어디에 사는가"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서울시가 펴낸 ‘새로 쓰는 공동주택 이름 길라잡이’를 보면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는 1937년 준공된 ‘충정아파트’다. ‘도요타아파트’, ‘풍전아파트’,‘유람아파트’로 불렸다가 40여년 전부터 충정아파트로 불렸다. 2022년에 철거가 결정됐다. 1957년 지어진 ‘종암아파트’는 해방 후 지어진 최초의 아파트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단지는 마포아파트로 1962년에 6개동, 1964년에 4개동이 완공됐다. 이 곳은 1994년 우리나라 최초의 재건축 아파트가 되었으며 현재 국내 최초의 재재건축 아파트가 될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1965년에 완공된 동대문아파트는 국내 최초로 중앙정원 방식을 적용한 곳이고 정동아파트 역시 중정형으로 동대문아파트와 같은 시기에 착공했으며 동대문아파트와 함께 고급아파트로 지어졌습니다. 1967년 지어진 세운상가와 1968년 완공된 낙원상가는 주상복합 아파트다.

도심의 한 주택가 모습 [자료사진]

도심의 한 주택가 모습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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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경쟁은 1990년대부터다. 초기에는 건설사 이름과 브랜드를 하나로 묶어 사용했고 외래어를 활용해 브랜드 작명 경쟁에 돌입했다. 외래어 브랜드 도입 초기에는 덜 복잡한 영문 이름이 다수였으나 브랜드가 아파트 가격에 중요하게 작용하면서 스웨덴어, 프랑스어 등 여러 나라의 언어들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포레나는 스웨덴어로 ‘연결’, ‘맞잡다’는 뜻을 가졌으며, 디에트르는 ‘존재하다’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에트르에 D를 결합했다. 요즘 아파트 이름의 구성원리는 지역+브랜드+브랜드+애칭+애칭 등으로 구성됐다. 그 중에서 꼭 들어가는 단어들이 있다. 더 퍼스트(최초), 센트럴(중심부나 번화가), 포레(산과 숲), 리버·레이크(강과 호수), 메트로(역세권), 루체하임(빛나는 집) 등이다. 이렇다보니 아파트 이름 평균 글자 수는 1990년대 4.2자, 2000년대 6.1자, 2019년 9.84자로 계속 길어지고 있다. 한글을 고수하는 곳은 부영건설의 ‘사랑으로’, 코오롱건설의 ‘하늘채’, 제일건설의 ‘제일풍경채’ 등이 있다.

부산 강서구 일원에 들어서는 에코델타시티 조감도

부산 강서구 일원에 들어서는 에코델타시티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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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이름을 떠나 이제는 법정동의 명칭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부산 강서구가 에코델타시티 일대의 법정동 명칭을 외국어로 정하기로 했다. 에코델타시티는 부산 강서구 강동동, 명지동, 대저2동 일원에 2028년까지 3만여 가구가 입주한다. 부산 강서구청은 주민 선호도 조사를 거쳐 동 이름을 ‘에코델타동’으로 정하고 부산시에 승인을 요청했다. 부산시가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기 위해 요구안을 전달했지만, 행안부가 제동을 걸었다. 승인이 난다면 에코델타동은 국내 최초 외국어로된 법정동이된다. 테헤란로의 경우 법정동이 아니라 도로명이다. 행안부는 오는 6월쯤 법정동 신설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그 지역 주민이 아니지만 정말 부산시 강서구 에코델타동 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아파트에 사는 게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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