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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증권 시장에 비해 너무 약한 부동산 내부자거래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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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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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법을 공부하면서 오랫동안 궁금했다. 증권시장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하는 내부자거래에는 그리도 어마무시한 처벌 조항을 두면서 부동산정보 이용행위에 대해서는 법이 왜 그렇게 미온적인지. 사실 증권정보에 비해서 부동산정보는 가치가 훨씬 더 높고, 내부자들이 주로 공직자라는 점에서 이해충돌과 비난가능성이 훨씬 더 크며, 피해자들은 국민 전체라는 점에서 증권 내부자거래보다 더욱 엄격하게 규제돼야 마땅했다.


지난달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터진 후 공직자 등의 부동산정보 관련 내부자거래를 규제하는 법들이 불과 한 달 만에 신속하게도 국회를 통과해 시행됐다. 법이 시행된 만큼 일단 그 타당성을 검토해 향후 보완 내지 개선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이번에 개정된 부동산정보 관련 내부자거래를 규제하는 법들은 공공주택특별법, 도시개발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이다. 세 법률에 도입된 내부자거래 규제를 자본시장법상 내부자거래 규제와 비교 검토했다.


먼저 같아진 점으로는 벌금 규모와 1차 정보수령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다. 양자 모두 부당이득의 3배 이상 5배 이하까지 벌금이 부과되도록 해 단순히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차원을 넘어 엄중한 징벌적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그리고 공직자 등 내부자뿐만 아니라 이들로부터 정보를 직접 받은 1차 정보수령자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1차 정보수령자는 본인이 이용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2차 정보수령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도 처벌된다. 다만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은 1차 정보수령자의 이용행위만 규제하고 제공행위는 규제하지 않는다.


다른 점은 같은 점보다 많은데 첫째, 기본 형량에 큰 차이가 있다. 증권 내부자거래에 대해서 자본시장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중형을 두고 있지만 부동산 내부자거래는 불과 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둘째, 다차 정보수령자에 대한 규제가 크게 다르다. 자본시장법의 경우 2차 이상 정보수령자의 이용행위를 시장질서교란행위라 해 부당이득의 1.5배까지 금융당국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실제 2016년 한미약품 공시 관련 사건에서 5차 정보수령자까지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 시행된 부동산정보 관련법에는 2차 이상 정보수령자에 대한 제재조치가 전혀 없다. 셋째, 징역과 벌금의 병과에도 차이가 있다. 자본시장법은 내부자거래에 대해서 징역과 벌금을 의무적으로 병과하도록 하는데, 부동산 관련법들은 징역과 벌금을 법관의 재량에 따라 병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넷째, 정보의 주지기간 여부다. 자본시장법은 정보가 일반투자자에게 충분히 알려지도록 매체별로 정보 공표 후 3시간 내지 1일의 주지기간을 두고 주지기간 경과시까지 내부자들의 거래를 금지한다. 부동산정보 관련법들에는 주지기간에 대한 언급이 없다.

결론적으로 부동산정보를 이용하는 내부자거래에 대해서 관련법들은 자본시장법의 제도를 상당부분 수용했지만 증권 내부자거래에 비해서는 여전히 규제 수준이 낮은 편이다. 부동산정보의 중대성과 공직자 등에 요구되는 윤리 수준 및 국민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최소한 자본시장법 수준 이상으로 규제를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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