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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모의 酒저리]김두수 두술도가 대표 "영원한 미완의 술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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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경북 문경 '두술도가'②

두술도가의 술, 현재진행형…끝없이 가다듬고 보완할 것
양조장은 자아 실현 공간…양조 통해 진정한 적성 찾아

두술도가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김두수·이재희 부부.

두술도가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김두수·이재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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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양산 막걸리는 끝없이 변화해 나갈 뿐, 영원히 완성되지 않을 겁니다.”


김두수 두술도가 대표는 18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술은 살아있는 생물인 만큼 끊임없이 변화해 나가는 것이라며, 술을 만드는 사람과 마시는 사람 모두 이러한 변화를 즐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사 이래 술이 없던 문화권을 찾아보기란 어려운 일이다. 지역과 문화에 따라 다양한 술이 존재했고, 시대에 따라 술을 빚는 재료와 방식은 물론 마시는 이유도 달라지고 변화했다. 김 대표에게 인류문화의 일부인 술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는 “지금 와서 수 세기 전 방식대로 와인이나 위스키를 만든다면 아마 마시기 어려울 것”이라며 “술도 시대에 따라 트렌드를 반영해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술도가의 술 역시 완성형이라기보다는 현재진행형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오늘의 술을 가다듬고 보완해 나갈 생각이다.


술이 살아있다는 김 대표의 말은 단순히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 양조장에서 만들어지는 술 가운데는 살균하지 않아 다양한 미생물이 살아있는 생주(生酒)가 많다. 화학적으로 보면 우리 술은 실제 살아있는 것이 맞는 셈이다, 살균하지 않은 생주는 풍미와 향이 살아있고 영양도 풍부한데, 김 대표는 최근 이러한 생주의 매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숙성에 주목하고 있다.


효모 등이 살아있는 생막걸리는 신선함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숙성기간도 길게 가져가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고, 유통기한도 병입 후 최대 90일로 살균주에 비해 짧은 편이다. 하지만 두술도가는 병입 전 숙성기간을 지금보다 길게 가져가 더욱 깊이 있는 맛을 끌어낼 생각이다. 김 대표는 “일반적으로 술은 오래 숙성할수록 맛이나 향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희양산 막걸리도 자체적으로 숙성기간을 길게 가져간 술들의 품질이 더 훌륭해 향후 장기 숙성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두술도가는 올해 하반기 약주를, 내년께 소주도 출시할 예정인데, 숙성 기간은 물론 오크 숙성 등 숙성 방식도 다양하게 시도할 계획이다.

김 대표에게 두술도가는 자아실현의 공간이다. 아내와 함께 귀농해 농사지으며 살아온 십여 년의 시골 생활은 물질적으로는 과거보다 부족할지언정 정신적으로는 이전보다 평안하고 충만한 삶이었다. 꿈꾸던 안온하고 소박한 삶이었지만 사실 김 대표의 마음 한편 어딘가에는 헛헛함이 있었다. 아내와 달리 농사일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돌파구가 된 것이 양조였다. 우연히 빚게 된 술에서 그는 자신의 길을 발견했다. 김 대표는 “농사일은 사실 재능도 소질도 없었다”며 “그렇다고 한량으로만 살 수 없어 고민하던 차에 양조라는 진로를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조장 일을 하다 보면 힘들고 스트레스받는 일도 분명 있지만 술 빚는 일을 포함해 양조장 운영에서 재미와 희열을 느끼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남편의 헛헛함을 알았던 아내 이재희 씨도 김 대표가 술 빚는 일에 흥미를 느끼며 점차 몰두해가는 모습을 보며 내심 반가웠고 마음 깊이 응원했다. 이제 부부는 농사일을 정리하고 함께 양조장을 꾸려나가고 있다.


김 대표는 술을 빚기 시작하면서 부쩍 겸손해졌다고 털어놓았다. 사소한 이유로도 결과가 예상과는 크게 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는 “적은 나이가 아님에도 양조 일을 통해 많은 것을 새로 배우고 있다”며 “술 빚는 일은 마음대로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앞으로도 그저 최선을 다해 술을 빚어갈 것”이라고 말을 마쳤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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