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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조선의 위기 대응 노트<3>-세종의 재난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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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하루만보 하루천자' 뉴스레터 독자를 위해 매일 천자 필사 콘텐츠를 제공한다. 필사 콘텐츠는 일별, 월별로 테마에 맞춰 동서양 고전, 한국문학, 명칼럼, 명연설 등에서 엄선해 전달된다. 오늘은 김준태 박사(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의 <조선의 위기 대응 노트>에 소개된 세종의 재난 관리 능력을 살펴본다. 세종은 나라에 큰 화재나 수재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신속히 수습하고, 다시는 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관리시스템 구축과 재발 방지에 힘썼다. 글자수 1035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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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일이 잘못된 뒤에 손을 써 봤자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적어도 재난 대응에 있어서는 소를 잃었으면 반드시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그래야 또 다른 소를 잃어버리는 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1426년(세종 8년) 2월 15일 한양도성에 큰불이 났다. 경시서(京市署)를 비롯해 행랑 116칸이 불타고 민가 2170호가 전소되었을 정도로 유례없는 대화재였다. 불은 다음 날까지 이어졌는데 전옥서(典獄署)와 민가 200여 호가 소실되었다. 궁궐에서는 신하들까지 진화에 참여해 불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화재가 일어나자 세종은 피해를 입은 백성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부상자를 치료해 주며 사망자에게는 장례비를 지원하도록 조처했다. 다시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재목을 공급해 주었고 군인으로 소집된 사람 중 화재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장기 휴가를 주었다. 화재 방비책도 시행했다. 방화장(防火墻)을 쌓고 도로를 넓게 확장하여 불이 잘 번지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개인 집은 5칸마다 우물을 하나씩 파게 했고 관청 안에는 우물을 두 개씩 파서 물을 저장하도록 했다. 종묘와 궁궐, 종루 등 주요 지점에는 불을 끄는 기계를 만들어 비치했고, 화재 발생 시 기관별 대응책도 정비했다.


하지만 세종은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세종이 보기에 화재는 수재나 한재(旱災)와는 달리 사람이 일으키는 것이다. 사람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피해를 예방하고 또 줄일 수 있다. 화재가 발생하니 각 관청은 우왕좌왕하며 방재 역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따라서 흩어져 있는 방재 업무를 한데 모아 평소에는 예방 업무를 담당하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즉각 진압에 나설 수 있는 전담 관청을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한다. 금화도감(禁火都監)이 설치된 것이 이 때문이다.


금화도감이 업무를 잘 수행하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 그 후 일어난 크고 작은 화재들은 별다른 피해를 남기지 않았다. 한 번 소를 잃었지만 외양간을 견고하게 고쳐 더 이상 소를 잃어버리지 않은 셈이다.

-김준태, <조선의 위기 대응 노트>(민음사,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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