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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의 본명은 사쿠라기 하나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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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국내 '문화 검열' 정책 흔적
한일관계 부침에도 문화교류 빛나
일본도 K팝·드라마 사랑 보여줘

한국에서는 강백호이지만, 일본에서는 '사쿠라기 하나미치(?木 花道)'다.


지난 4일 '더 퍼스트 슬램덩크'(슬램덩크)가 정식 개봉한 뒤 온라인상에선 주요 등장인물의 '일본 이름'이 화제가 됐다. "전혀 몰랐다", "어색하다" 등 생소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국내에서 농구 신드롬을 일으킨 만화 슬램덩크는 일본의 만화가 겸 화가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린 일본 만화다. 당연히 작품 내 배경은 일본이며, 등장인물도 일본 고등학생이다. 왜 국내에선 한국식 이름으로 '현지화'를 거쳐야만 했을까.


'강백호'는 과거 문화 검열 정책 흔적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사진 제공=NEW>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사진 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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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친숙한 이웃 나라'인 일본이지만, 불과 30여년 전만 해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교류는 전혀 자유롭지 않았다. 양국의 국교가 정상화된 것은 1965년이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 정부는 식민지 시절의 역사와 국민의 반일감정을 고려, 일본 대중문화의 유입을 암묵적으로 불허했다.


이 때문에 일본 문화는 공식 수입 루트가 아니라 '음성적'으로 스며들었다. 일본의 인기 음반, 게임 등을 CD에 불법 복제해 밀수입하는 방식 등이다. '국가기록원' 자료에 따르면, 1980년대 당시 일본 문화는 이런 비공식적 수입처를 통해 국내 전반에 널리 유포됐고, 이로 인해 일본 대중문화를 본격 개방하자는 논쟁이 불거졌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 수입된 몇 안 되는 '공식' 일본 문화콘텐츠가 슬램덩크였다. 슬램덩크는 일본에선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연재됐고, 한국에선 만화잡지사 '소년챔프'를 통해 유통됐다. 이때 국내에선 일본 대중문화 유입을 경계하는 국민 감정을 고려, 작품 내 모든 일본어를 한국식으로 고치는 현지화 작업을 거쳤다. 즉 강백호라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 시대 이전의 산물인 셈이다.


부침 있어도…20년간 눈부시게 성장한 한일 문화 교류
2003년 6월6일 일본을 국빈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과 아키히토 전 일왕. / 사진=연합뉴스

2003년 6월6일 일본을 국빈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과 아키히토 전 일왕.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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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중문화는 1998년부터 총 4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개방됐다. 일본 문화에 대한 모든 제약이 사라진 것은 참여정부 때인 2004년이다. 아무런 검열 없이 일본 대중문화를 향유하게 된 시기가 불과 20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양국은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이제 한국인은 일본을 가장 많이 방문하는 외국인이 됐다. 일본 정부 관광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방일 외국인 관광객 49만8600명 중 한국인 비중은 24.6%(12만2900명)에 달했다.


다음 달인 11월은 31만5400명으로 무려 33.8%를 차지했다.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3명 중 1명은 한국인이었다는 뜻이다.


한국인만 일본 문물을 향유하는 게 아니다. 일본 또한 국내 문화콘텐츠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특히 국내 주요 수출 콘텐츠인 K팝은 일본 시장의 수요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2019년 한일 무역 갈등의 여파로 국내 일각에선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인 '노(No) 재팬'이 퍼지기도 했다. / 사진=연합뉴스

2019년 한일 무역 갈등의 여파로 국내 일각에선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인 '노(No) 재팬'이 퍼지기도 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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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글로벌 K팝 수입국 1위는 일본으로, 전체 수출액 비중의 38.4%를 차지했다. 2위인 중국(21.5%), 3위 미국(16.2%)을 합친 것보다 큰 금액이다.


물론 한일 관계가 대중문화 개방 이후 항상 순항했던 것만은 아니다. 2019년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으로 인해 불거진 한일 무역 마찰로 양국 관계는 삽시간에 냉각되기도 했다.


당시 국내 일각에선 일본 관광, 소비재 등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노(No) 재팬 운동'이 벌어져 유니클로 등 일본 브랜드의 한국 지사가 큰 매출 피해를 봤고, 일본 관광 소비도 주춤했다.


그러나 한일 문화 교역액은 잠시 주춤했을지언정, 결국 재차 반등하길 거듭했다. 이제 두 나라는 영화, 드라마, 음반, 여행 등 문화 산업 전반에 걸쳐 서로에게 있어 '가장 가까운 나라'로 발전한 셈이다.


원작자도 한국어로 "봐주시니 감사" 인사 전해
8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홍보물이 설치되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8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홍보물이 설치되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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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개봉한 슬램덩크 영화도 한국인의 높은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4일부터 9일까지 국내 누적 관객 30만9315명을 동원, 전체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직접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한국어로 감사 인사를 써 올리기도 했다. 이 글에서 그는 "오늘부터 한국에서 상영이 시작됐다. 벌써부터 많은 분이 봐주시다니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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