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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발견 '화성 운석' 미스터리 풀었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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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글래스고대 연구팀, '라파예트' 운석 성분 분석 결과
발견 경로·기증자 확인 성공, 곰팡이균 독소 발견이 결정적 힌트

1920년대(추정) 미국에서 발견돼 스미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화성 운석 '라파예트'.

1920년대(추정) 미국에서 발견돼 스미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화성 운석 '라파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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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100년 전 발견된 화성 운석의 미스터리가 풀렸다. 힌트는 운석에서 발견된 지구의 독(毒) 성분이었다.


영국 스코틀랜드 소재 글래스고대 연구팀은 지난 24일 약 100년 전에 미국 인디애나주 소재 퍼듀대에 기증된 것으로 알려진 유명 화성 운석 '라파예트'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그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발견 경로와 주체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라파예트는 현재까지 알려진 화성 운석 중 가장 보관 상태가 좋고 지구상 물질에 의한 오염이 거의 없다. 표면이 부식없이 깨끗해 마치 바닷가의 조약돌처럼 단단하고 반짝반짝이는 모양을 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운석을 통해 화성의 지질 성분ㆍ역사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많은 연구 성과를 내왔다.

그런데 이 운석은 누가 언제 어떻게 발견돼 퍼듀대가 소장했는지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었다. 단서가 있긴 했다. 1935년 미국의 운석 수집가인 하비 니닝거가 한 흑인 퍼듀대 학생이 낚시를 하다가 호수에 운석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진흙탕 속에서 건져내 학교 측에 기증했다고 증언한 기록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같은 미스터리는 글래스고대 연구팀이 2019년부터 화성 생명체 존재의 증거를 찾기 위해 라파예트 운석에서 미세한 파편을 떼어내 정교한 질량 분석기 등을 동원한 정밀 분석을 하다가 우연히 지구 상에서 흔히 발견되는 독 성분을 찾아 내면서 실마리를 찾았다.


연구팀은 라파예트 운석의 미세 조각에서 보미톡신(Vomitoxin)이라는 지구상에서 흔히 발견되는 독소를 발견했다. 데옥시니발레놀(dexoynivaleno)이라고도 부르며, 곰팡이의 일종인 푸사륨속의 진균이 만들어낸다. 흔히 빨강곰팡이병균의 피해를 입은 옥수수에서 발견된다. 인간이나 동물들이 섭취했을 때 중독 현상을 일으키며 특히 돼지의 경우가 심각한 영향을 받는 독소로 알려져 있다.

라파예트 운석 발견 추정 미국 퍼듀대 흑인 학생들. 사진 출처=영국 글래스고대 홈페이지.

라파예트 운석 발견 추정 미국 퍼듀대 흑인 학생들. 사진 출처=영국 글래스고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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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화성 운석 표면에서 지구의 독소가 발견됐을까? 의문을 품은 연구팀은 라파예트 운석이 진흙탕 속에 떨어졌다는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발견 경위, 주체 등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우선 운석 발견지의 주변 농지에서 옥수수, 밀, 귀리 등에 붙어 있던 독소가 바람에 의해 날아가 수로나 연못, 호수 등으로 운반됐고, 라파예트 운석이 그것에 의해 오염됐을 수 있다고 봤다. 또 퍼듀대 농학ㆍ식물학ㆍ식물병리학자들과 공동 연구한 결과 라파예트 운석이 발견된 인디애나주 티파카누 카운티 지역에선 해당 독소를 생산해내는 곰팡이가 1919년과 1927년 극심하게 번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지역 일대의 천문 관측 기록을 확인한 결과 1919년 11월26일 북부 인디애나주와 남부 미시간주에서 대규모 유성이 목격됐고, 1927년 7월13일 일리노이주 틸든에서 운석이 폭발하는 현상이 관측됐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또 운석 발견 주체를 찾기 위해 1919~1927년 사이에 퍼듀대에 다닌 흑인 학생의 명단도 찾아냈다. 이 결과 총 4명의 흑인 학생 명단이 확인됐다. 종합해 보면 1919년 또는 1927년 퍼듀대를 다닌 이들 4명의 흑인 학생 중 1명이 라파예트 운석을 호수 진흙탕에서 건져내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 기증했다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애니 오브라이언 글래스고대 교수는 "라파예트 운석은 다른 화성 운석들에 비해 정말 잘 보존됐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은데, 이는 지상에 떨어지자 마자 빠르게 수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라파예트 운석이 발견·기증된 배경 이야기에 신빙성을 갖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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