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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시장전망 못하는 반도체 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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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반도체 강국인데...해외 조사기관에 의존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한국 기업 두 곳이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며 세계 1위 자리에 올라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 동향 및 시장전망은 해외 시장조사기관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 반도체업계 임원은 ‘강국’ ‘초격차’ 수식어가 붙은 한국 반도체산업의 현주소에 대해 ‘제대로 된 시장 전망 조차 못하는, 아니 할 수 있는 기관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기업들이 세계 1,2위를 달리며 내로라할 반도체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시장에 대해 분석하고, 예측하며, 방향키가 되어줄 수 있는 제대로된 분석기관이 존재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개탄이 깔려있다.

겉으로 볼 땐 한국 만큼 반도체에 열정적인 나라도 없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시가총액 기준 ‘톱3’ 안에 속해 있고,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 기업 중 소액주주가 560만명으로 가장 많아 ‘국민주’ 수식어가 붙어있다. 반도체 주식 붐이 불면서 반도체의 ‘반’자도 모르던 사람들도 이제는 ‘반도체가 무엇인가’에 대해 어느정도는 아는체 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출범 초기단계인 새 정부 역시 적극 투자하고 육성해야할 산업정책 최우선순위에 반도체를 올려놓고 연일 업그레드를 주문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장관 자리에도 반도체분야 석학인 이종호 장관을 등용했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보면 이 분야에 대해 제대로 ‘해석해 줄 수 있는’ 전문기관이 없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흐름, 시장 전망 조차도 제대로 분석해서 발표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보니 정부부터 증권사, 언론, 심지어 해당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이르기까지 IC인사이츠(미국), 옴디아(영국), 트렌드포스(대만), 디램익스체인지(대만) 등 해외 시장조사기관 정보력과 분석력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첨단산업인만큼 아무리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시장조사기관이라 하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분석과 전망이 한국에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혹자는 ‘시장전망 정도는 누가 한들 무슨 상관일까’ 할 수도 있겠지만 반도체산업에서 한국이 특히 강점으로 있는 메모리반도체 분야는 경기 사이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 흐름이 좌지우지 되기 때문에 시장 분위기가 왜곡되게 형성될 경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스마트폰 부문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삼성은 현재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LG 역시 한때 글로벌 점유율 3위까지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명실상부 스마트폰 강국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현황 및 전망, 점유율 분석 등은 모두 해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등의 몫이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한 이상 민관 협력하에 제대로 된 시장 전망·분석 기관을 갖춰야 할 때가 왔다. 더 이상 우리가 가장 잘 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다른 곳의 평가와 전망에만 맡겨두고 끌려갈 수 없다. 우리가 잘 하는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에 화두를 던지고 흐름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 ‘제조’만 강한 반쪽 자리 반도체 강국 말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진정한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가 연구개발(R&D), 리서치 분야에 민간 기업들과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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