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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진보정부 집값전쟁, 보수정부 물가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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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진보정부 집값전쟁, 보수정부 물가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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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시즌2.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늘 따라다닌 꼬리표였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임기 내내 부동산 시장과 씨름했지만 임기 5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57%나 뛰었다. ‘미친 집값’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돌더니 정권 교체라는 뼈아픈 결과로 그 전쟁은 끝났다. 그로부터 14년 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이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문재인 정부 첫 국토교통부 정책 수장인 김현미 장관과 참여정부서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앞장서 반드시 집값은 잡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결국 정권 교체까지 빼닮은 채 시즌 2를 마감해야 했다.


그런데 이는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집값을 물가로만 살짝 바꾼다면 말이다. 노무현 정부 직후 출범한 이명박(MB)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월별 소비자물가가 5%대까지 치솟자 ‘MB 물가지수’까지 만들며 고물가와 전쟁을 벌였다. ‘기름값이 묘하다’는 대통령 한마디에 정부가 정유사를 조사하며 기업을 압박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MB 정부 출범 첫 해인 2008년 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4.7%까지 치솟았다. MB맨들의 대거 입성으로 MB 정부 시즌2를 예고한 윤석열 정부가 취임하자마자 물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과 흡사한 모습이다.

물론 지금의 고물가는 한국만의 위기가 아닌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구조적 위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전 세계가 ‘헬리콥터 머니’를 경쟁적으로 뿌린 상황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상기후로 에너지·식량·원자재 공급망까지 와르르 무너진 영향이 컸다. 문제는 이처럼 고물가의 주범이 명확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정책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이나 전쟁이 우리가 대응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디언 기우제’처럼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코로나19가 더는 확산하지 않기를 빌고만 있을 순 없는 일이다. 더욱이 물가 안정은 윤석열 정부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은 민생 과제이지 않은가. 이럴 때일수록 소신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물가를 안정시키려면 무엇보다도 통화긴축 신호를 일관성 있게 보내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꺾어야 한다. 통화량이 줄어들면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히기 때문이다. 단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한다면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다. 물가 상승의 여러 원인 중 하나인 헬리콥터 머니를 걷어 냈을 뿐이니 말이다. 그렇다 보니 금리 인상에 따른 서민들의 아우성이 더 크게 와닿을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현금 살포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소신을 꺾고 긴축통화를 멈춘다면 더 큰 고통이 따를 수 있다. 고물가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생계를 더 위협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고 있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인플레이션은 극빈층이 가장 피해를 보는 역진세"라고 했다. 물가를 단기간 내 안정시키겠다고 MB 정부처럼 가격 통제 카드를 꺼내 들어서도 안 된다. 가격 통제는 윤석열 정부가 중요시하는 시장경제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누구보다도 MB맨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윤석열 정부의 현 경제팀이 이를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또 가격 통제라는 무리수를 둔다면 자칫 임기 내내 꼬인 부동산 정책으로 노무현 정부 시즌 2란 비판을 받은 문재인 정부와 다를 바가 없게 된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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