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시시비비] 민주당의 입법권 남용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4월 중 통과시켜 5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의결·공포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수사권은 인간의 기본권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하는 신체의 자유를 직접 제한할 수밖에 없는 권한이기 때문에 수사 주체를 결정하는 문제는 국민의 인권과 직결된다.

이런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면서 진지한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오로지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전 통과에 올인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다.


물론 의회민주주의 국가에서 국회 다수당이 법률 제정이나 개정을 주도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국회가 갖는 입법권이나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 역시 어디까지나 국민을 위해, 국민의 뜻을 반영해 행사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입법을 강행한다면 이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한 헌법 제1조 2항의 취지를 몰각한 입법권 남용이다.


‘검수완박법’은 ‘이재명 방탄법’이라는 국민의힘 주장까지 갈 것도 없이, 법조계나 학계는 물론 평소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적극 동참해온 민변이나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마저 반대하고 있다. 오죽하면 20여년 전부터 누구보다 강하게 ‘검찰개혁’을 외쳐온 참여연대 공동대표 한상희 교수가 13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너무 느닷없이 이야기가 되는 것”이라며 “마치 의사가 환자 배 속에 종양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배부터 먼저 갈라놓고 그 다음에 한번 훑어보자는 식”이라고 말했을까.

한 교수의 비유가 절대 과장이 아니다. 민주당의 무리한 ‘검수완박’ 강행의 선봉에 서있는 황운하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중수청 법안을 추진하자니 쟁점이 많아 논의가 길어지게 되면 5월 9일 이내 법안 공포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그래서 시급한 법안인 검찰직접수사권 근거조항 삭제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현 정부 들어 진행된 검찰개혁 과정을 돌아보면 늘 이런 식이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만들면 정권에 또 하나의 칼을 쥐어주는 꼴이 된다는 우려가 커지자,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에 야당 추천 위원을 2명 포함시키고, 의결정족수를 6명으로 하면 문제가 없다고 안심시키더니 금새 법을 개정해 야당 추천 위원이 반대하는 공수처장을 추천·임명했다. 결과는 어떠했나. 출범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기소 한 건 못하고 불법 압수수색, 무분별한 통신조회 등 논란만 일으키며 ‘윤석열 수사처’로 전락하지 않았나.


검경 수사권을 조정해도 6대 중대 범죄는 여전히 검찰이 수사할 수 있고, 경찰의 부실한 수사는 검사의 보완수사요구나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더니, 불과 1년여 만에 그 모든 걸 없애자고 한다. 일단 검찰의 수사 범위를 축소시켜 놓고 보기 위한 술수였던 셈이다.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이 시행된 뒤 막상 ‘LH 사태’가 터지자 여당에서 ‘경찰은 믿을 수 없으니 검찰이 빨리 수사하라’고 재촉했던 건 코미디에 가깝다. 지금도 일선에선 도대체 수사가 진행이 안 된다는 범죄 피해자들의 원성이 자자한데, 6대 범죄를 수사할 대체 기관이 어딘지도 결정하지 않은 채 일단 검찰 수사권부터 박탈하고 보자는 걸 보면 국민은 안중에도 없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검수완박’은 헌법에 반한다. 헌법 제12조 3항과 제16조는 체포·구속·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주체를 ‘검사’로 특정하고 있다. 영장 청구는 당연히 수사를 전제로 한 개념이다. ‘검사만 수사 주체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검사는 수사기관이 아니다’라거나 ‘검사가 수사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법을 만든다면 그것은 우리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청와대나 민주당 내부에서 국민을 두려워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 주길 바란다. 지금 이 광기 어린 폭주를 멈추지 않으면, 저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윤석열 정부의 검찰보다 훨씬 더 무서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허그'만 하는 행사인데 '목 껴안고 입맞춤'…결국 성추행으로 고발 음료수 캔 따니 벌건 '삼겹살'이 나왔다…출시되자 난리 난 제품 수천명 중국팬들 "우우우∼"…손흥민, '3대0' 손가락 반격

    #국내이슈

  • "단순 음악 아이콘 아니다" 유럽도 스위프트노믹스…가는 곳마다 숙박료 2배 '들썩' 이곳이 지옥이다…초대형 감옥에 수감된 문신남 2000명 8살 아들에 돈벌이 버스킹시킨 아버지…비난 대신 칭찬 받은 이유

    #해외이슈

  • [포토] '아시아경제 창간 36주년을 맞아 AI에게 질문하다' [포토] 의사 집단 휴진 계획 철회 촉구하는 병원노조 [포토] 영등포경찰서 출석한 최재영 목사

    #포토PICK

  • 탄소 배출 없는 현대 수소트럭, 1000만㎞ 달렸다 경차 모닝도 GT라인 추가…연식변경 출시 기아, 美서 텔루라이드 46만대 리콜…"시트모터 화재 우려"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이혼한 배우자 연금 나눠주세요", 분할연금제도 [뉴스속 그곳]세계문화유산 등재 노리는 日 '사도광산' [뉴스속 인물]"정치는 우리 역할 아니다" 美·中 사이에 낀 ASML 신임 수장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