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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조각투자 어떻게 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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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조각투자 어떻게 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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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여의도에 자주 간다. 특히나 지인들이 많이 일하는 곳에 있는 4, 5번 출구를 애용하는 편이다. 언제부터인가 한 옥외광고가 여의도역5번 출구에 자리 잡으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연예인들을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자주 눈에 보이니 문구들도 눈에 들어온다.


“음악 저작권료는 국민월급 시세차익으로 추가 수익까지!”

매력적인 문구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이 업체는 투자자들에게 뭘 파는 걸까? 일단 하나는 확실하다.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이니 광고를 봐도 저작권을 판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오른쪽 캡쳐 하단에 보니 작고 하얀 글씨로 해당 저작권은 저작인접권이라고 쓰였다. 우연일까? 그럴 리 없다. 우리는 이런 경우를 잘 알고 있다. 보험 약관이다. 고지의 의무가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는 느낌이 와서 저작인접권을 찾아보았다.


저작인접권은 실연자의 권리, 음반제작자의 권리, 방송사업자의 권리 등으로 구성된다. 음반제작자는 음반을 복제·배포할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저작인접권은 70년간 존속하며, 저작인접권의 제한·양도·등록 등은 대체로 저작재산권의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한다.


정리해보면 이 업체는 음반을 복제, 배포할 권리를 팔고 있다. 그러므로 이 광고는 분명 사람이 잘못 판단하도록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업체는 저작권 거래 플랫폼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문구는 사실이 아니다. 심지어 오래된 음악의 저작인접권은 소멸한다.

저작인접권을 접하고 나니 조각투자의 세계가 열렸다. 예술품도 쪼개서 판다. 송아지를 쪼개 파는 한 업체의 평균 수익률은 19.7%라고 홈페이지에 고지 돼 있다. 평균 수익률 20%면 정말 훌륭한 헤지펀드 매니저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돈에 대한 욕심과 복잡한 머릿속을 털어버리고 필자의 생각을 정리해본다.


1) 홈페이지를 보니 조각투자 업체에서 제공하는 투자대상의 구매가가 다 공개되어 있다. 하지만 21억원을 모집한 후 5달 만에 29억원에 팔리는 경우가 있다. 한두 번 그럴 수 있지만 수십 회 이상 반복된다. 투자자들이 구매 가격이 맞는지, 매력적인 투자처가 맞는지 확인해보기보다는 검증 없이 사들이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조각투자 플랫폼에선 내가 판매 가격과 시기를 결정하지 않는다.


2) 대리인 문제 역시 무시 못 할 문제다. 내가 송아지를 키우는 농가라고 생각해보자. 농장에 송아지가 두 마리가 있는데 한 마리는 내 소유이고 다른 한 마리는 조각투자를 통해 팔았지만 내가 키우고 있다. 어느 송아지에 더 좋은 여물을 먹일까? 답은 나와 있다.


3) 이들은 통신판매업자이므로 금융권 등에 포함되지 않아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없다. 회사가 파산했다고 생각해보자. 나는 내가 조각으로 구매한 예술품의 소유자일까? 하지만 이들이 발행한 증권은 법적 효력이 없다. 난 분명히 소유권을 구매했는데 내가 구매한 예술품을 가지기 위해 다른 채권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조각투자에선 돈을 버는 사람이 될 수도 돈을 뺏기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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