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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 밤새 0.2㎏ 줄어든 신생아, 간호사는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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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31일 경북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벌어진 사건 내막

전국 각급 법원에는 하루에도 수백, 수천명이 오갑니다. 법원을 찾는 사정은 각기 다릅니다. 저지른 죄의 심판을 받고자,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원만한 합의를 하고자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법원에서 심리가 이뤄지는 각자만의 이 사연들, 사실의 이면을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서초동 법썰입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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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2018년 4월1일. 경북 구미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한 여자 아이의 몸무게가 이상했다. 3.235kg. 전날보다 무려 0.225kg나 줄었다. 아이는 이틀 전 3.485㎏로 태어났다. 엄마는 당시 19세였던 김모씨.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당일 00시56분께 아이를 낳았다. 출생 다음날 측정한 몸무게는 3.460㎏이었다. 설명이 되질 않았다. 신생아들 몸무게는 하루 보통 0.06㎏ 정도 늘거나 준다. 그런데 하루 새 0.2㎏ 넘게 줄다니. 말도 안 되는 변화량이었다. 그때 간호사는 생각했다고 한다. '다른 아기 몸무게를 쟀나.'

이상한 일은 또 있었다. 아이 기저귀를 갈려고 속싸개를 벗겨보니 오른 발목에 있던 식별띠가 떨어져 있었다. 다시 채워보려 해도 식별띠가 헐거워져 채울 수가 없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손목 식별띠가 빠지는 경우는 있어도 발목 식별띠는 누가 인위적으로 빼지 않는 이상 빠지지 않는다. 이때 간호사는 생각했다고 한다. '누군가 아이를 바꿨을 수도 있겠구나.'


간호사가 고개를 꺄우뚱할 일은 다음 날 또 벌어졌다. 2018년 4월2일 오전 아이는 혈액형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오후 늦게 나왔다. A형이었다. 엄마가 B형인데 A형이 나오다니. 김씨는 유전법칙상 BB타입(type) B형이었다. AA 또는 AO타입인 A형인 아이를 낳을 수 없다. 물론 6개월 미만 신생아 혈액형 검사는 완벽하지 않다. 아직 항체를 생성하지 못한 까닭에 불일치가 흔히 발생한다. 이런 가능성을 감안해도 간호사는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아이는 4월8일 엄마 김씨와 퇴원했다. 퇴원 이틀 뒤엔 아빠 성을 딴 '홍OO'으로 출생신고가 이뤄졌다. 아이는 외할머니인 석모(48)씨 집에서 지내다 이듬해 1월 위층으로 이사한 엄마 김씨와 살았다. 아이는 우리나이로 3살이 되던 지난해 여름 세상과 이별했다. 못 마시고, 못 먹은 게 사인이었다. 당시 21세였던 김씨의 보살핌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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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김씨는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이렇게 마무리될 줄 알았던 수사는 올해 3월 새 국면을 맞이했다. 간호사 직감이 현실로 다가왔다. 유전자 검사에서 아이 친모는 김씨가 아닌 외할머니인 석씨로 드러났다. 아이가 뒤바뀐 것이다. 아이를 바꿔치기한 인물로 지목된 건 다름 아닌 석씨. 자신이 낳은 아이와 딸의 자식을 바꿔치기했다고 수사당국은 결론내렸다.


석씨는 법정에서 아이 낳은 적도, 바꾼 사실도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17일 간호사 법정진술 등 증거 90여개를 근거로 해 석씨가 아이의 친모이고, 아이를 바꿔치기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아이를 바꿔치기한 시점을 2018년 3월31일 오후 5시32분부터 다음 날인 4월1일 오전 8시17분 사이로 특정했다. 이 같은 범행 동기에 대해선 이렇게 판시했다.


"피고인은 2019년 1월말까지 남편과 10년 넘게 성관계를 하지 않았는데,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인해 불륜 사실이 드러날 것이 두렵고 출산을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양육할 수 없음을 염려해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고 볼 수 있다. 딸이 출산한 아이보다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더 가까이 두고 지켜보고 싶은 마음에 바꿔치기했다고도 볼 수 있다." 두려움이 낳은 거짓, 비뚤어진 모성애가 엉킨 범죄의 결말은 징역 8년이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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