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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티셔츠, 체르노빌 사진 쓴 올림픽 중계…참사 대하는 가벼운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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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식 상기 목적"…삼풍백화점 사진 넣은 의류업체
'비극적 사건' 언급하며 참가국 소개한 올림픽 중계
전문가 "참사·재난에 대한 무지와 감수성 부족"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사진을 프린팅한 티셔츠./사진=매스노운 홈페이지 캡처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사진을 프린팅한 티셔츠./사진=매스노운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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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국내 한 의류업체가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사진이 인쇄된 옷을 판매해 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비슷한 일은 2020 도쿄올림픽 중계 과정에서도 있었다. MBC는 지난달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면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사용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참사나 재난 관련 이미지를 부적절하게 이용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최근 의류업체 '매스노운'이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사진이 인쇄된 티셔츠를 1년 가까이 팔아온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502명이 사망하고, 9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국내 최악의 인명 참사로 꼽힌다.


티셔츠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자 매스노운 측은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티셔츠 판매를 중단하고, 지금까지 팔린 티셔츠 100여장의 수익금도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해명은 시민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업체는 "(티셔츠가) 출시된 2020 FW 캠페인 키워드는 '안전불감증'"이었다면서 삼풍백화점 사진을 쓴 이유는 "안전의식에 대해 자신해선 안 되고 과거의 과오를 생각하며 불운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상기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사이에선 '안전불감증 강조하느라 피해자 아픔은 생각도 안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국가적 참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다니", "지금도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전혀 상식적이지도 않고 선을 넘었다" 등 분노를 표했다.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면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소개할 때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사용한 MBC 방송 화면./사진=MBC 방송 화면 캡처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면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소개할 때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사용한 MBC 방송 화면./사진=MBC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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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관련 사진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일은 이번 2020 도쿄올림픽 중계방송 과정에서도 있었다.


MBC는 지난달 23일 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면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사용했다. 아이티를 소개하면서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란 자막을 넣기도 했다. 올림픽이라는 전 세계적 축제의 참가국을 소개하면서 해당 국가가 겪은 불행하고 비극적인 사고나 논란을 언급한 것이다.


이번 논란은 국내 언론과 시민들은 물론 CNN, 가디언 등 외신에까지 보도되며 국제적인 비난이 일었다. 이 일로 MBC는 사장까지 나서서 사과해야 했다.


일각에선 비판을 넘어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국가적 참사나 비극을 겪은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이해 부족, 감수성 결여에 대한 지적이다. 직장인 김모(28)씨는 "한 번이라도 피해자들의 아픔을 생각했다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라며 "단순히 실수가 아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나 이해, 공감이 실종된 심각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삼풍백화점 참사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아직도 그 후유증이 남아있고 쉽게 잊혀선 안 되는 일이다"라며 "이 때문에 여전히 고통받는 피해자가 존재한다. 두 사건뿐 아니라 누군가의 아픔을 들출 수 있는 이미지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상품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가 생기면 상품을 만든 업체의 이미지는 당연히 추락하게 된다. 상품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든, 자막이든 그것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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