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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남부터미널 밑에 펼쳐진 2000평 농장…새벽배송될 채소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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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하상가가 첨단농장으로…넥스트온의 '언더그라운드 식물공장'
온도·습도 등 조절해 성장 극대화…농작물 年 100t 수확
지하공간 특성 살려 전기료 절감…일반 스마트팜 대비 30% 수준
배양액은 전부 재활용…일반 상추보다 항산화 물질 43% 많아

서울 남부터미널역 지하에 위치한 넥스트온의 스마트팜. 6942㎡(2100평) 규모로 연 100t 규모의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 면적이다. [사진 = 이준형 기자]

서울 남부터미널역 지하에 위치한 넥스트온의 스마트팜. 6942㎡(2100평) 규모로 연 100t 규모의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 면적이다. [사진 = 이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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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회사에 면접 보러 올 때 이런 곳에 농장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남부터미널역. 역사 내에서 국제전자상가로 이어지는 지하 통로 일부는 현재 패널로 가려진 채 폐쇄돼 있다. 얼핏 보면 내부에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패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스마트팜 기업 넥스트온이 운영하는 6942㎡(2100평)의 농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연간 100t 가량의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 면적이다. 스마트팜은 첨단 기술로 빛, 온도, 습도, 배양액 등을 제어해 농작물의 성장을 극대화한 미래형 농장을 뜻한다.

넥스트온은 남부터미널역 내부에 방치된 지하상가를 첨단 농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농장은 지난 1월 완공돼 3월부터 본격적으로 농작물을 출하하기 시작했다. 완공 당시 넥스트온에 합류한 직원은 "처음 회사에 왔을 때 길을 찾지 못해 한참 헤맸다"면서 "가림막 너머에 인부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큰 스마트팜이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그만큼 남부터미널역 농장이 도심 한가운데 ‘의외의 장소’에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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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하상가가 첨단농장으로…전기료 절감 효과

넥스트온의 첨단 농장이 있는 남부터미널역 지하 공간의 면적은 5629㎡(약 1700평)다. 본래 1987년에 지하상가로 조성됐던 곳이지만 약 10년 전부터 사용자를 찾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 넥스트온은 이 공간을 소유한 서울교통공사의 도움으로 1400㎡(약 420평) 면적의 공간에 스마트팜을 조성했다. 건물 높이에 맞춰 식물 재배기를 5단으로 쌓아 실 재배면적을 6942㎡로 늘렸다.


스마트팜에 들어가려면 우선 ‘에어샤워(air shower)’를 거쳐야 한다. 강한 바람으로 몸에 뭍은 이물질을 털어내는 기기로 반도체 공장 등에서 볼 수 있는 장비다. 에어샤워를 마치고 농장에 들어서자 지하철 계단이 보였다. 이 계단을 오르면 보라색 불빛으로 둘러싸인 농장이 나온다. 이처럼 스마트팜 곳곳에서 역 내에서 볼 수 있는 시설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남부터미널역 농장은 필수 설비 외에 지하상가 기존 설비와 구조를 거의 그대로 활용한 까닭이다.

한낮 기온이 30℃를 웃돌았던 역사 바깥과 달리 농장 내부는 선선했다. 남부터미널역 농장은 24시간 15~20℃의 온도를 유지한다. 농장에서 기르는 상추, 허브 등이 자라기에 최적화된 온도다. 재배기 사이사이에 위치한 공기순환기는 산들바람 역할을 한다. 지하 특성상 지열의 영향을 덜 받아 온도 관리에 드는 전기량은 상대적으로 적다. 최성광 넥스트온 전무는 "전기료는 스마트팜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지하 스마트팜은 온도 조절에 들어가는 운영비를 절감해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넥스트온의 남부터미널역 스마트팜으로 들어서려면 이 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처럼 스마트팜 곳곳에서 역 내에서 볼 수 있는 시설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 = 이준형 기자]

넥스트온의 남부터미널역 스마트팜으로 들어서려면 이 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처럼 스마트팜 곳곳에서 역 내에서 볼 수 있는 시설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 = 이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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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역할 LED가 핵심…품질·신선도 잡아

식물의 광합성을 돕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은 넥스트온의 핵심 기술력 중 하나다. 농작물이 흡수하기에 적합한 파장으로 조절된다. LED 조명이 일반적인 색상이 아닌 보라색 불빛인 이유다. 또한 발열로 인해 표면 온도가 67℃까지 올라가는 일반 제품과 달리 35℃를 넘지 않는다. LED의 장점과 지하 공간 특성이 더해져 남부터미널역 스마트팜은 일반 스마트팜 대비 전기료를 30% 수준으로 줄였다.


최재빈 넥스트온 대표가 국내 굴지의 광반도체 기업 서울반도체에서 수십년 동안 쌓은 기술 노하우가 기반이 됐다. 최 전무는 "다른 스마트팜 업체들은 대개 필립스나 오스람의 LED를 구입해 쓴다"면서 "우리는 LED칩을 자체 개발하기 때문에 스마트팜에서 기르는 채소별로 조명 파장 등을 최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도 놓치지 않았다. 재배기의 파이프라인에는 넥스트온이 직접 조합한 배양액이 흐른다. 회사는 특수장비를 활용해 이 배양액을 100% 재활용한다. 농작물 재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오폐수가 농장 바깥으로 배출되는 일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넥스트온은 특수장비를 활용해 농작물 재배에 쓰이는 배양액을 100% 재활용한다. [사진 = 이준형 기자]

넥스트온은 특수장비를 활용해 농작물 재배에 쓰이는 배양액을 100% 재활용한다. [사진 = 이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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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은 자신했다. 넥스트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부터미널역 농장에서 자란 상추는 유기농 노지상추 대비 시나린(Cynarin) 등 항산화 물질이 43% 많다. 인공적인 환경에서 자란 농작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농작물에서 항산화 물질을 추출해 바이오 신소재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을 정도로 스마트팜 농작물의 영양성은 보증됐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 농장에서 자란 상추 등 농작물은 새벽배송을 하는 e커머스 업체나 백화점 식품관 등에 공급된다. 남부터미널역 농장에서 자란 채소는 프랜차이즈 카페 샐러드에도 들어가는 만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도심 한가운데서 재배된 농작물이 곧바로 배송돼 신선함까지 갖췄다. 최 전무는 "이달 중으로 로봇 수확기를 설치한다"면서 "수확 공정 자동화로 농작물 공급량을 대폭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넥스트온이 충북 옥천 폐터널에 조성한 스마트팜. [사진제공 = 넥스트온]

넥스트온이 충북 옥천 폐터널에 조성한 스마트팜. [사진제공 = 넥스트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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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넥스트온은 충북 옥천에 위치한 폐터널을 스마트팜으로 개조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2년 옛 경부고속도로가 폐쇄되며 15년 가까이 방치됐던 곳이다. 6700㎡(약 2020평) 규모의 터널에 식물재배기를 14단으로 쌓아 9만3488㎡(약 2만8280평) 규모의 재배면적을 확보했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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