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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합헌 결정의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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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합헌 결정의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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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헌법재판소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본 규정은 사실을 말하더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처벌된다는 규정이다. 재판관의 의견은 5(합헌)대 4(위헌)로 갈렸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결론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서는 여러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처벌범위가 광범위하며, 이로 인해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것이다. 결국은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까지 위축시키게 된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가해자의 직장을 찾아가서 성폭행 피해사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처벌된 사례’와 같이 부당한 처벌사례도 있었다. 처벌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로 기소되거나, 고소를 당한 사례는 더욱 많다.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공익의 목소리’까지도 처벌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이다.

진전도 있었다. 지난 2016년, 헌법재판소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이때에는 재판관의 의견이 7(합헌)대 2(위헌)로 갈렸다. 이번 결정은 위헌으로 두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합헌의견은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 성적 지향, 가정사 등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표현은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합헌의 중요한 근거로 들었다. 위헌의견은 이러한 표현만으로 처벌 범위를 줄이면 충분하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정말로 처벌이 필요한 범위에 있어서는 의견이 대체로 모아진 것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문제점을 줄이기 위한 앞으로의 논의에 있어서 ‘이정표’가 세워진 셈이다.


이번 결정은 이 제도가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계속 유지되지 않을 점을 시사한다. 위헌의견이 절반에 가깝다는 것은 ‘사실적시 명예훼손행위’를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이미 ‘균열’이 갔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상당한 숫자의 위헌의견이 제시된 다른 제도들도 이러한 ‘균열’의 여파로 결국은 폐지의 수순을 밟았다. 간통죄의 경우, 1990년에 6:3의 합헌결정이 내려진 이래, 세 차례의 합헌결정을 거쳐서 결국 2015년 2:7로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낙태죄에 대해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2019년에 위헌결정이 나왔다. 군 영창제도와 보호감호제도는 위헌성을 지적하는 헌법재판소 ‘소수의견’이 낸 균열의 여파로, 결국 국회에서 폐지되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도 같은 수순을 걷게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번 결정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간 수사기관과 법원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인한 폐해에 일조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서 부당한 기소나 유죄판결이 내려진 경우가 적지 않았고, 이러한 판단은 상급심에서 그 결론이 뒤바뀌기도 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이미 균열이 존재함을 간과했던 것이다.

이 제도가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계속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예전과 같은 광범위한 처벌과 기소는 더더욱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은 국회의 법개정이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의해서 이루어질 일이겠지만, 수사기관이나 법원도 그때까지 이 제도를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상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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