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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어요", "나도 서민" 정치인들 왜 '서민 이미지' 집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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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에 소탈하고 친근한 인상 심어주기 위해
"저는 임차인입니다" 윤희숙, "나도 월세 세입자" 윤준병
전문가 "서민 이미지 활용, 표심 얻기위한 전략"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지난8월25일 오후 서울 마포현대빌딩에서 더 좋은 세상으로 주최로 열린 제 4차 비공개 세미나에 참석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지난8월25일 오후 서울 마포현대빌딩에서 더 좋은 세상으로 주최로 열린 제 4차 비공개 세미나에 참석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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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최근 정치인들 사이에서 "나도 무주택자다", "월세 내는 임차인이다" 등 서민을 자처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억대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서민' 이미지를 위해 이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유권자의 대부분이 서민층이므로 정치인 역시 서민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지난 5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15년째 무주택자다"라며 "집주인한테 전화가 오는 날이면 밥이 안 넘어가더라"고 전세살이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집은 사람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주거가 불안정하면 모든 게 불안정해진다"며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이렇게 올려버렸다.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데 내 월급 가지고는 죽어도 안 된다는 사실은 너무 절망적"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이 현재 배우자 명의로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26억 원)를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앞서 '임차인' 연설로 주목을 받았던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역시 성북구에 소유 중인 주택을 임대 중인 것으로 알려져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윤 의원은 지난 7월30일 국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정부와 여당이 통과시킨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비판해 화제가 됐다. 그는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해 "제가 지난 5월 이사했는데 이사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가 나가라' 그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달고 살고 있다"며 임차인의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7월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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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에서 윤 의원 역시 최근까지 서울 성북구와 세종시에 주택을 한 채씩 보유한 '임대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임차인 코스프레'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을 월세 세입자라고 밝혔던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연립주택(3억8600만 원)과 마포구 공덕동 오피스텔(1억9000만 원)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윤 의원은 지난 8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집을 투기나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아파트 투기 없이 30년 넘게 북한산 자락의 연립주택에서 실거주의 목적으로 살아왔다"며 "지금은 월세도 살고 있다. 월세 생활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정치권에서는 유권자들에게 소탈하고 친근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서민을 자처한다. 대부분 서민 지향적 발언을 하거나 시장, 빈민가를 방문하는 식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치인들의 이런 모습에 대해 서민 코스프레라는 비판이 나온다. 코스프레란 코스튬(의상)과 플레이(놀이)의 합성어로 유명 게임이나 만화, 영화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모방해 그들과 같은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하며 행동을 흉내 내는 일종의 퍼포먼스다. 결국, 어설픈 서민 흉내는 인위적인 연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렇다 보니 이같은 정치인들 모습에 대해 시민들은 "몇십억 재산이 있으면서 서민 놀이하니 재밌냐", "부자가 가난한 사람 흉내라니 누구 놀리냐", "평생 보좌관 수행을 받는 사람들이 무슨 서민이냐" 등 비판의 목소리 높이고 있다.


가난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김모(27) 씨는 "서민도 아니면서 서민을 자처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온다"며 "서민들은 평생 벌어도 가지지 못할 재산을 가진 부자들이 이젠 가난까지 이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바보도 아니고 우롱하지 말아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는 정치인들의 서민 이미지 활용에 대해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고 평가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서민들의 호감을 얻어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행보는 서민 코스프레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민층이 절대다수기 때문에 정치인은 자신의 이미지를 희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선거철 '먹방' 등이 바로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부자보다 서민의 표수가 많기 때문에 투표전략으로 서민 지향적 발언이나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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