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법인이 내놓은 것을 30대가 영끌해서 샀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주부, 젊은층이 투기대열에 뛰어들고 투기심리가 전염병처럼 번졌다."(추미애 법무부장관)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최근 일선 장관들이 내놓은 발언이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서울 집값은 오르고 국민들의 혼란과 좌절감도 커지는데 정작 정부는 책임을 내부가 아닌 30대와 주부, 젊은층 등 외부로 돌리고 있다. 치솟는 집값을 지켜보며 지금 아니면 집을 살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 젊은층을 단순히 투기세력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25일 김 장관이 국회 국회교통위원회에 출석해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질의응답 중 "법인과 다주택자가 내놓은 것을 30대가 영끌해서 샀다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하자 시장에선 비판이 이어졌다. 김 장관의 발언은 '패닉바잉(공황 구매)'으로 집을 사는 30대의 상황을 걱정하는 모양새였지만, 맥락상 쏟아지는 매물을 30대가 받아주는 바람에 집값하락이 제한적이란 취지가 내포돼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출범 이후 계속된 초강력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급등하는 원인을 외부로 돌리기 급급했다. 김 장관은 지난 6월 현 정부 들어 집값이 급등하는 것에 대해 "전 정부에서 모든 부동산 규제들이 풀어진 상태에서 (정권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20번이 넘는 대책도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에는 '언론'과 '민간 통계' 탓을 댔다.
추 장관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부동산이 급등하는 것은 투기세력 때문"이라고 했다. 투기세력에는 자산가 뿐 아니라 일반 주부와 젊은층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집을 사들이다보니 대책도 효과를 낼 수 없는 만큼 "전적으로 정부 탓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카페에선 "불안감을 조성해 부동산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집을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 정부인데 이들에게 책임을 넘겨도 되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정부는 부동산 관련 법안이 통과된 만큼 8월부터는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입장이지만 강남구 은마아파트 등 지금도 신고가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0세 미만의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이달 131을 기록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올랐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국회에서 "국민 다수가 정책에 대해 지지하고 있다"고 말해 분노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부의 바람대로 한국감정원 통계에서 집값이 마이너스 전환되더라도 3~5월 때처럼 조금 떨어진 뒤 다시 우상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청와대와 정부가 불만 섞인 목소리는 무시한 채 보고 싶은 통계와 듣고 싶은 얘기만 수용하며 '마이웨이'를 고집하면 '집값 원상회복'은 힘들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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