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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훈구의 필뮤직] 골드베르크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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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중 바흐의 골드베르크변주곡

[아시아경제 임훈구 기자]


[임훈구의 필뮤직] 골드베르크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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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밍겔라의 ‘잉글리시 페이션트’,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비포 선라이즈’ 봉준호의 ‘설국열차’,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완전히 다른 이 영화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목록의 일부를 보았거나 제목만 알고 있다면 힌트 하나 더. 몇해 전 세상을 떠난 조너선 드미 감독의 ‘양들의 침묵’에 등장하는 잊을 수 없는 캐릭터 한니발 렉터의 잔혹한 경찰 살해인 장면 비지엠(BGM).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매우 치밀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양들의 침묵의 기이하며 공포스럽지만 매력적인 캐릭터 렉터 박사가 감옥을 탈출하면서 경찰을 곤봉으로 살해하는 과정에서 바흐의 이 피아노 연주곡이 흘러나온다.


이 참혹한 장면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그것도 아리아를 듣는 관객은 묘한 감정의 화학 변화를 경험한다. (이것은 마치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에서 생이빨을 뽑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음반을 시디플레이어에 넣으면 디지털 숫자 32가 뜬다. 바흐는 이 작품을 주제에 해당하는 아리아로 시작해 30개의 변주를 거쳐 다시 아리아로 끝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곡은 다른 악기 없이 오로지 건반악기를 위해 작곡된 음악 중 연주 시간이 가장 길지만 매우 치밀한 구성을 하고 있다. 아리아를 뺀 30개의 변주는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치밀한 구성으로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 16번 변주를 중심으로 전체 곡의 구성이 전반부와 후반부로 구분돼 있으며 30개의 변주곡은 3개의 곡이 한조가 돼 10번 등장한다. 그리고 카논 형식을 통해 3의 배수가 되는 변주곡이 전체 흐름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정교한 구성을 하고 있다. 얼핏 복잡한 미로처럼 만들었지만 입구와 출구를 동일 선상에 위치시켜 마치 불교의 윤회사상을 떠올리게 한다.


이 곡이 독일 드레스덴의 주재 러시아 대사였던 헤르만 카를폰 카이저링크 백작의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작곡된 음악이라는 일화가 있지만 방대하면서도 정교한 음악적 구도로 볼 때 신빙성이 떨어진다.






임훈구 기자 keygri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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