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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흡연 못 참겠다" 숨 막히는 길거리 흡연 갈등 [그것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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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흡연자들 "흡연자들 길거리서 그냥 담배…너무 고통"
흡연자들 "금연구역 너무 많아, 흡연 구역 늘려줬으면"

서울 중구 을지로 한 빌딩 금연구역 앞에서 흡연하고 있는 사람들/사진=김수완 인턴기자 suwan@asiae.co.kr

서울 중구 을지로 한 빌딩 금연구역 앞에서 흡연하고 있는 사람들/사진=김수완 인턴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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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윤경 기자, 김가연·김수완 인턴기자] [편집자주] 자칫 사소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큰일로 여겨지는 '그것'을 포착해 전해드립니다.


"어딜 나갈 때마다 담배 연기 때문에 숨 막혀 죽겠어요"

20대 직장인 A 씨는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 등 시도 때도 없이 맡게 되는 담배 냄새가 너무 불쾌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담배가 생활필수품도 아니고, 그냥 기호식품일 뿐이지 않나"라면서 "자신의 즐거움과 편안함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볼 때 (길거리 흡연은) 정말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B 씨는 "기관지가 약해서 담배 연기에 민감한 편"이라면서 "한번은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나서 인상을 찌푸리며 코를 막았더니 담배를 피우던 남자가 인상을 썼던 기억이 있다. 황당했다"라고 토로했다.

B 씨는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차라리 흡연 구역을 많이 설치하고 그 외의 도로를 다 금연구역으로 지정했으면 좋겠다"면서 "흡연권을 충분히 보장받는다면 일부러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없어질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서울 번화가의 한 금연구역 표지판/사진=김수완 인턴기자 suwan@asiae.co.kr

서울 번화가의 한 금연구역 표지판/사진=김수완 인턴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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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흡연 및 보행 중 흡연 문제는 꾸준히 지적돼왔다. 비흡연자들은 간접흡연의 피해를 토로하는가 하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보행 중 흡연을 금지해달라"며 규제 방안 마련을 촉구해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 제목에 '보행 중 흡연을 금지해달라'고 명시한 청원만 60여 개가 넘어선다.


성인 응답자 10명 중 9명은 길거리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했고, 아파트 베란다나 계단, 복도 등 주거생활공간에서의 간접흡연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49세 성인 남녀 5280명(현재 흡연자 3221명, 과거 흡연자 1171명, 비흡연자 888명)에게 최근 한 달간 간접흡연을 경험한 장소를 조사한 결과(복수응답) 길거리(85.9%)에서의 간접흡연 피해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아파트 베란다 및 복도, 계단(47.2%)에서의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PC방(37.0%), 당구장(32.0%)이었으며, 가정 실내에서 피해를 경험했다는 사람도 22.6%나 됐다.


간접흡연 피해는 사실상 흡연을 하는 것과 같은 피해를 준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URC) 연구진이 지난 6월 미국 의사협회 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을 통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3차 흡연 또한 신체에 흡연과 비슷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프루 탤버트 교수는 "많은 경우에 흡연자들은 니코틴 같은 화학물질을 옷에 묻힌 채 운반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면서 3차 흡연이 직접 피우는 사람보다 더 큰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거리에서 흡연하고 있는 사람들/사진=허미담 인턴 기자 damdam@asiae.co.kr

서울 마포구의 한 거리에서 흡연하고 있는 사람들/사진=허미담 인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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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들도 불만은 있다. 흡연 구역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한 빌딩 금연구역 앞에서 흡연하고 있던 한 40대 직장인은 '흡연 금지 구역에서 담배를 피는 것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이 마땅하지 않다"라면서 "흡연 구역까지 가려면 정말 많이 돌아가야 하므로 어쩔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비흡연자들이 불편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서울 시내를 기준으로 금연구역은 28만여 곳에 달하지만, 흡연 시설은 6200여 곳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 실내 흡연 시설 4941곳, 실외 흡연 시설 1219곳을 제외하면 거리에 설치된 흡연 부스는 43곳밖에 되지 않는다. 흡연자들이 거리에서 담배를 피울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일부 흡연자들은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20대 대학생 C 씨는 "실내 흡연 구역은 꽤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실외 흡연 부스는 정말 찾기가 힘들다"면서 "어렵게 흡연 부스를 찾아도 환경이 열악해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게 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흡연부스가 보기보다 좁아, 유동인구가 많은 시간대에는 사람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다. 게다가 환기도 잘 안 된다"라며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이런 이유로 길거리에서 그냥 핀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지난 5월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 근절을 위한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2023년까지 모든 건축물 실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2025년에는 실내흡연실을 전면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동인구가 적은 분리된 장소 1만여 곳을 '실외 흡연 가능 구역'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국민 건강을 위해 흡연자가 금연하도록 지원하고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소년·청년 시기의 흡연 시작을 차단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면서 "이번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여 담배로부터 청소년·청년을 보호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김윤경 기자 ykk0226@asiae.co.kr
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
김수완 인턴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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