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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①신호등, 없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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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의 마스코트인 '암펠만 신호등'.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독일 베를린의 마스코트인 '암펠만 신호등'.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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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도심의 신호등이 멈추면 어떻게 될까요? 상상만 해도 아찔하지 않습니까? 많은 영화에서 신호등 조작으로 도시의 혼란을 유도하는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당연히 차와 사람이 뒤엉킨 혼란에 빠진 도로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 상황인데 신호등이 없어도 될까요?


도심에 신호등이 존재하지 않았던 1900년대의 도로 상황은 엉망이었다고 합니다. 자동차의 발명으로 자동차가 도로를 누비기 시작했고, 마차도 함께 도로를 다녀야 했습니다. 거기다 사람과 자전거까지 함께 섞여 도로는 하루도 사고가 없는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신호등의 필요성이 절실했습니다. 1868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에 세계 최초로 교통신호기가 도입됩니다. 철도 정비사인 존 나이트는 원판에 둥글게 구멍을 뚫어 '정지'를 나타내는 빨간색과 '주의'를 의미하는 초록색 유리를 끼워 넣고 가스등을 장착해 이동식 수동 신호등을 개발했습니다.


그러나 이 가스 신호등은 교통경찰이 직접 손으로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지는데다 가스가 폭발해 신호를 조작하던 경찰관이 부상을 당하면서 곧 퇴출됩니다. 도심의 혼잡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지만 방법이 없었지요. 보다 안전한 신호등은 그로부터 46년 뒤 미국에서 만들어집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노예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발명에 소질이 있던 가렛 모건은 마차와 자동차의 끔직한 추돌사고를 목격한 뒤 신호등을 발명하기로 결심합니다. 이 무렵에는 헨리 포드가 자동차 공장을 건설하고 본격 생산에 돌입하면서 자동차 수가 꾸준히 늘고 있었다고 합니다. 도로는 마차와 자전거, 자동차, 보행자가 뒤엉켜 매일매일 끔찍한 사고가 발생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모건은 빨강과 초록 두 색으로 정지와 진행 신호를 표시했고, 경고벨을 추가해 안전기능도 장착했습니다. 1914년 8월 자신이 발명한 신호기를 사고가 많은 클리브랜드의 한 교차로에 설치해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4년 뒤인 1918년에는 뉴욕 5번가에도 신호등이 설치되고, 1920년에는 윌리엄 포즈라는 경찰관이 황색을 추가한 3색 신호등을 디트로이트의 한 교차로에 설치하면서 현대식 신호등의 시대가 시작됩니다.


이 때까지도 신호등은 유리로된 관제탑 속에서 밖을 내다보며 경찰관이 버튼으로 수동으로 조작해야 했습니다. 1922년 신호등에 타이머가 추가돼 자동 작동방식이 도입됐고, 1950년대 들어 컴퓨터로 제어하는 신호등 체계가 자리 잡았으며, 우리나라에는 1940년경 처음 신호기가 등장합니다.


이제 신호등은 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필수 교통장치입니다. 나라마다 똑같은 색상을 사용하지만 그 모습은 각 나라의 정서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네덜란드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는 '바닥 신호등'이 설치돼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주변을 살피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바닥에도 신호등을 설치한 것입니다.


뉴질랜드의 국회 주변에는 평등과 투표의 의미를 전하는 '케이트 셰퍼드 신호등'이 설치돼 있습니다. 뉴질랜드 여성의 정치적 지위를 높이는 기여한 케이트 셰퍼드를 기리고, 정치 참여의 소중함을 알리고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고 합니다. 케이트 셰퍼드가 걷는 모습이 파란불로 켜집니다.


독일의 베를린에는 '암펠만 신호등'이 있습니다. '신호등 아저씨'라는 뜻을 가진 캐릭터 '암펠만(Ampelmann)'은 옛 동독의 신호등 속 캐릭터라고 합니다. 통일을 이후 철거될 위기가 있었지만 암펠만을 친근하게 여겼던 구동독의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암펠만 살리기' 운동으로 살아남았는데 지금은 베를린의 마스코트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부탄의 수도 팀부의 한 교차로에서 교통경찰관이 수신호로 차량의 통행을 지시하고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부탄의 수도 팀부의 한 교차로에서 교통경찰관이 수신호로 차량의 통행을 지시하고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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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나라는 부탄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손꼽히는 부탄에는 신호등이 없습니다. 신호등이 없는 대신 경찰이 수신호로 차량을 통제합니다. 한 때 기계식 신호등을 설치하려 했지만 인간미가 없다는 여론으로 무산됐다고 합니다. 신호등이 없어도 느긋한 부탄 국민들은 안전하게 운전해서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지도 않고, 사고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수 인구 2.3명당 1대, 도로연장 11만㎞로 도로교통 기반시설 수준은 세계 최고입니다. 신호등도 도심에는 100m가 멀다하고 있을 정도로 촘촘하게 설치돼 있습니다.


그러나 교통사고는 부끄러울 정도로 많이 발생합니다. '2017년 OECD 도로안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주행거리 10억km당 사망자수 15.5명으로 통계 측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습니다. OECD 회원국 평균의 2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신호등이 없어도 교통사고가 거의 없는 곳은 부탄 뿐만이 아닙니다. 독일 소도시 봄테와 네덜란드 북서부의 소도시 드라흐텐, 영국 런던의 켄싱턴 등 신호등이 없는 지역에서도 교통사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비결은 무엇일까요?


우리 국민들에게 신호등이 있어도 교통사고가 많은 나라의 수많은 도시들, 신호등이 없어도 교통사고가 거의 없는 도시들 중 살 곳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디를 선택할까요? 모두의 마음 속에 있는 도시는 어디일까요? '②신호등 없는 도시, 현실은?' 편에서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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