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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126> 소화를 돕는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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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는 비교적 먹을거리가 풍족한 세상에 살고 있다. 지구상에는 식량이 부족하여 굶어죽는 사람도 적지 않고, 우리 주변에도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살지 못하는 사람도 많지만, 옛날처럼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먹고 싶은 음식을 다 먹지는 못하지만, 대체로 영양이 부족하지는 않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유난히 소화기 암에 많이 걸리는 것은 소화를 방해하는 식습관 때문일 것이다. 위암과 간암은 여전히 많으며, 옛날에 드물던 대장암도 발병률이 세계 1위를 차지하였고, 담관암과 췌장암도 급증하고 있다. ‘몸 안에 있는 의사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최소한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처럼 소화를 도와주는 방향으로 식습관을 고쳐야 할 때다.
역사적으로 보면,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식량은 대체로 풍족하지 못한 편이었기 때문에 식량을 어떻게 구하느냐는 항상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당연히 어떻게 먹을 것인지를 고민할 여유가 별로 없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능력이 된다면 먹고 싶은 대로 먹는 것이 행복한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먹는 즐거움이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도 있다면 어느 정도 자제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음식은 먹는 대로 저절로 소화되지 않는다. 음식이 통과하는 입안, 식도, 위, 십이지장, 작은창자, 큰창자, 항문은 말할 것도 없고, 소화효소를 만들어내는 침샘이나, 간, 위, 췌장의 활동과 이를 통제하는 뇌까지 수많은 장기가 사흘 동안 열심히 일해야 겨우 끝이 난다.

소화는 음식을 잘게 부수는 기계적인 소화와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의 복잡한 구조를 흡수하기 쉬운 단순한 구조로 바꾸는 화학적인 소화가 이루어진 뒤, 필요한 영양소를 흡수하고 남는 찌꺼기를 몸 밖으로 배출할 때 끝난다. 기계적인 소화는 입안에서 시작하여 위에서 대부분 완성된다.
화학적인 소화는 여러 샘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소화효소가 물 분자를 첨가하여 연결을 분리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입에서는 침샘에서 만들어지는 효소(아밀라제)가 탄수화물을 분해하고, 위에서 분비되는 효소(펩신)는 단백질을 분해한다. 췌장에서 만들어진 효소(아밀라제, 리파제, 트립신과 키모트립신)는 십이지장에서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을 분해한다.

소화효소가 화학적인 소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소이온농도(pH)가 매우 중요하다. 침에 들어있는 효소는 pH 6.8정도의 매우 약한 산성에서, 위에서 분비되는 효소는 2정도의 강한 산성에서, 췌장에서 만들어지는 효소는 8.5정도의 알칼리에서 활동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위에서는 염산이, 십이지장에서는 쓸개즙과 중탄산염이 pH를 적절히 조절한다.

우리의 식습관이 이처럼 복잡하고 정교한 소화과정을 방해하면 소화가 잘 되기 어려우며, 소화기 질병에 걸리기 쉽다. 특히 위에서 기계적인 소화와 화학적인 소화가 잘 될 수 있도록 음식을 잘 씹어 먹고, 과식하거나 한꺼번에 너무 많은 종류의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하며, 식사 30분전부터 식후 두 시간 이내에 물 마시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소화기의 적절한 휴식도 중요하기 때문에 간식을 자제해야 한다. 소화기는 장기별로 역할이 끝나면 쉬는 시간을 활용하여 손상된 유전자를 복구하는데, 손상된 유전자가 바로바로 복구되지 않으면, 나중에 큰 질병에 걸리게 된다. 동물들은 질병에 걸리면 입맛이 떨어져 식사를 중단하는데, 이것은 소화에 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억제하여 질병의 치유에 집중하기 위한 몸의 조치다.

소화기에서 쉽게 흡수할 수 있도록 가공한 식품을 많이 먹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소화를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계적인 소화나 각종 소화효소의 생산과 분비 같은 기능이 차츰 사라지고, 단순한 흡수 기능만 남을 것이므로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원료를 사서 요리하지 않고 완전히 가공된 식품을 계속 사 먹는다면 요리솜씨가 차츰 줄어들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김재호 KB자산운용 상근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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