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오후 한 詩]키 작은 사람들의 가을/이수정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이 산의 꼭대기
키 작은 나무들은
벌써 손이 시리다
반쯤은 핏빛 단풍이다
산동네, 좁은 길로
연탄재가 뿌려진다

종점에서 내린 사람들이
비탈길 가로등을 따라 오른다
금 간 유리창 밖으로
일찍 온 바람이
창문을 흔든다
종점에서 내린 키 작은 사람들이
잠긴 자물쇠를 풀고,
스위치를 올린다
키 작은 사람들의 가을,
창문에 걸린 빨강 커튼이 일제히 빛난다

[오후 한 詩]키 작은 사람들의 가을/이수정
AD
원본보기 아이콘

■이 시를 읽고 '그래, 옛날엔 좀 춥고 빈한했지만 그래도 연탄재를 굴려 눈사람을 만들곤 했지'라며 따뜻하고 상냥한 기억을 떠올린다면, 잠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전에 눈길을 가다듬어 여전한 저 "벌써 손이 시"린 "핏빛 단풍"을 새삼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비탈길 가로등을 따라" 산동네를 오르는 "종점에서 내린 키 작은 사람들"을 잠깐이라도 생각했으면 좋겠다. 가을 지나 겨울, 누군가는 전과 다름없이 가난하다. 우리는 그동안 궁핍한 시절을 지나온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가난을 숨겨 온 것인지도 모른다. 채상우 시인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곰도 놀라고 우리도 놀랐어요"…지리산서 반달가슴곰 '불쑥' 지역비하에 성희롱 논란까지…피식대학 구독자 300만 붕괴 강형욱 해명에도 전 직원들 "갑질·폭언 있었다"…결국 법정으로?

    #국내이슈

  • 안개 때문에 열차-신호등 헷갈려…미국 테슬라차주 목숨 잃을 뻔 "5년 뒤에도 뛰어내릴 것"…95살 한국전 참전용사, 스카이다이빙 도전기 "50년전 부친이 400만원에 낙찰"…나폴레옹 신체일부 소장한 미국 여성

    #해외이슈

  • [포토] 시트지로 가린 창문 속 노인의 외침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포토] 수채화 같은 맑은 하늘 [이미지 다이어리] 딱따구리와 나무의 공생

    #포토PICK

  • 현대차, 中·인도·인니 배터리 전략 다르게…UAM은 수소전지로 "없어서 못 팔아" 출시 2개월 만에 완판…예상 밖 '전기차 강자' 된 아우디 기아 사장"'모두를 위한 전기차' 첫발 떼…전동화 전환, 그대로 간다"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내는 엔씨소프트 [뉴스속 용어]급발진 재연 시험 결과 '사고기록장치' 신뢰성 의문? [뉴스속 용어]국회 통과 청신호 '고준위방폐장 특별법'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