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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발치/이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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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라고 하면
너무 멀어 보이고
엄마 하면 버릇없어 보여서
입속으로 어무이
입안에서만 엄니

일찌감치 보험 들어 놓고도
몇 년 몇 달을 밍기적거리다가
죽염 양치로 버텨 보다가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어금니 뽑으러 가는 날
평생 이 아파하시던
우리 어무이 생각
앞니까지 다 빠진 채로
홀로 저승 가셨는데 혹여
혹여나 저승에서도 잇몸으로 드시나

마취 풀리고 피 멈추고
붓기 다 가라앉았는데도
나는 자꾸 내가 싫어져서
저무는 북쪽 하늘 올려다보면서
없는 어금니 꽉 깨물면서
엄니

[오후 한 詩]발치/이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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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다. 이 시를 읽고 나니 비로소 알겠다. 힘들거나 답답할 때면 왜 어금니를 꽈악 깨물곤 했었는지 그 까닭을 말이다. '엄니' 때문이었구나. '어무이' 때문이었구나. 나 하나 키우자고 온 세상을 떠메고 평생을 버팅기시던 '엄니'가 거기 아직 계셨기 때문이었구나. 그래 그렇게 돌아가신 '엄니'가 생전처럼 내 입안에서 나를 떠받치고 있었던 거였구나. 다 괜찮으니까 울지 말라고 내 욱신거리는 어금니를 '엄니'가 꼬옥 붙들고 있었던 거였구나. 사람이 길을 잃으면 북쪽으로 간다고 한다. "저무는 북쪽 하늘"이 오늘은 괜스레 따숩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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