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 파리에 모인 정상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폐쇄적이고 일방주의적인 대외정책 기조를 일제히 성토했다. 최근 자신을 '국제주의자'가 아닌 '국가 우선주의자'라고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마크롱은 오후 라빌레트 전시관에서 주최한 파리평화포럼 연설에서는 "오늘이 우리의 미래에 어떻게 해석될지가 중요하다. 항구적 평화의 상징이 되든, 아니면 새로운 혼돈으로 빠져들기 직전의 마지막 단합의 순간이 되든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
CNN방송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을 자랑스럽게 옹호해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의 말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에 대한 날카로운 질책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날 기념식에는 1차대전 당시 승전국이었던 프랑스, 미국, 러시아와 패전국인 독일과 터키(옛 오스만튀르크) 등 70여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행사장에 트럼프 대통령은 보안상의 이유로 15분 입장했는데, 동맹국들과의 만남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늦은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 뒤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각별히 친근감을 표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현 정세가 1차대전을 전후로 한 혼란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우려했다. 그는 "오늘날 몇몇 요소들을 보면 20세기 초와 1930년대와 유사한 점들이 많다고 본다"면서 "예측할 수 없는 일련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정책을 둘러싼 긴장 고조에 대해서도 "정치의 극단화"라고 경고했다.
1차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 늦은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포럼엔 불참했다. 그는 이날 오후 파리 근교의 쉬렌 군사묘지를 방문, 1차대전 당시 미군 전몰장병들을 추모했다. 궂은 날씨 탓에 앤마른 미군묘지 참배행사를 취소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하루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 및 오찬을 한 후 날씨가 좋지 않자 헬기 여행의 안전을 고려해 앤마른 묘지 참배 일정을 취소하고, 주프랑스 대사관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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