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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소리/서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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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럼틀 타는 소리
술래잡기하다 넘어진 소리
비석치기하는 소리
구슬치기, 딱지치기하는 소리
아이스께끼하고 도망가는 소리
고무줄 끊고 놀리는 소리
티격태격 싸우는 소리
팽이에 머리를 맞아 우는 소리
옥상에서 폭음탄 던지는 소리
자전거 타다 배수로에 처박히는 소리
저녁에 엄마가 부르는 소리
복숭아 서리하는 소리
칡 캐서 쪽쪽 빠는 소리
방과 후에 쫄래쫄래 걸어오는 소리
천둥처럼 달리는 덤프트럭 소리

겨울 논 미꾸라지 같은 소리가
출입 금지 팻말이 세워진
아파트 외벽에서
부슬부슬 조각으로 떨어진다

[오후 한 詩]소리/서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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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연을 읽을 때에는 그저 정겨워 신났는데, 2연을 마저 읽고는 참담했다. 시에 적힌 바와 같이 아이들이 "구슬치기, 딱지치기하는 소리"가 사라진 까닭은 그 놀이들이 단지 옛것이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그 소리들을 "출입 금지"시켰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지금도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 오스카 와일드가 쓴 동화 '거인의 정원'에 빗대어 말하자면,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을 평생 겨울 속에서 혼자 외롭게 사는 이미 늙은 거인으로 키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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