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고용노동부는 올해 최저임금 논의과정을 살펴본 결과 절차적인 문제가 없어 경영계의 최저임금 재심의 요청을 거절한다고 밝혔다. 경영계의 반발에도 최저임금이 2년 연속으로 크게 오르면서 기업과 영세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달 20일 고용부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보다 10.9% 인상한 8350원으로 고시했다. 이후 사용자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최저임금 재심의를 요구하는 이의제기서를 고용부에 제출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부가 최저임금을 고시하면 고시일로부터 10일 이내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와 경총, 중기중앙회 등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처음부터 최저임금 재심의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봤다. 법률적인 하자가 크지 않은데다 정부 내부에서도 재심의에 부정적인 기류가 높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온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지난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에 출석해 "(최저임금 재심의는)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어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심의여부에 관한 결정권을 지닌 김영주 고용부장관 역시 "최저임금 위원회의 결과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앞서 밝혔다.
최저임금 재심의가 전례가 없었던 것도 이번 결과를 예측 가능하게 했다.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 근로자와 사용자위원 모두 23차례나 재의 요구를 했지만 정부가 단 한 차례도 받아들인 적이 없었다.
만약 최저임금 재심의를 한다고 해도 근로자단체가 오히려 더 높은 인상률을 제시할 것으로 보여 혼란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한국노총은 지난 1일 "사용자단체들은 고시 기한이 며칠 남지도 않은 지금까지도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조금이라도 더 낮추고자 혈안이 돼 있다"며 "내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최저임금법뿐만 아니라 지난 30년의 관행에 비춰 봐도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최저임금이 2년 연속으로 10%대의 높은 인상률을 기록하면서 기업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경총은 "이미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 16.4%는 지난 5년간 물가상승률의 13.7배에 달하는 수준이라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부담하기 어려운데 내년도 인상률마저 두 자릿수로 결정되면 기업이 감당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중기중앙회도 최저임금 수준이 중위임금의 63%를 넘는 수준으로 올라온 상황에서 임금인상을 무리하게 강제하면서 기업의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 심화, 근로자 간 불화 발생 및 생산성 저하 등의 부작용을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이 온전히 떠안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밥도 청소도 다 해주니" 살던 집 월세로 돌리고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