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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호캉스' vs 흙수저 '찜캉스'…살인더위 피서 '극과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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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에 폭염까지 특급호텔 투숙율 '껑충'
주52시간 도입 이후 워라밸족 평일도 투숙
서민 직장인 모텔, 찜질방, 극장서 피서
111년 역사상 최악 폭염에 모텔도 만실


금수저 '호캉스' vs 흙수저 '찜캉스'…살인더위 피서 '극과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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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9.6℃를 찍으며 111년 만에 최악의 폭염이 덥친 1일 저녁. 직장인 김영모 씨(26)는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사무실 떠나기를 주저했다. 지난달 주 52시간 단축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오후 6시 정각에 업무용 컴퓨터는 자동으로 꺼졌지만, 에어컨도 없는 집으로 가는 퇴근 길이 엄두가 안나서다. 스마트폰을 통해 동네 모텔을 검색해 전화를 걸어봤지만 모두 만실이라고 했다. 이날 저녁 7시30분까지 사무실에 버티던 김씨는 불가마 속으로 걸어가는 기분을 느끼며 집으로 향했다. 그는 "숨이 안쉬어져서 지난밤에 한숨도 못잤다"면서 "지난달에 주문한 에어컨은 다음 주에 설치되는데 동네 모텔도 주말까지 방이 없다고 해서 큰 일"이라고 걱정했다.
펄펄 끓는 한반도에 도심의 일상 풍경도 바뀌고 있다. 연일 살인적인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서울시내 특급 호텔은 평일에도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친 용어)'를 즐기려는 투숙객이 몰려들었다. 반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서민들은 모텔과 영화관,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열대야를 간신히 버티는 모습이다.

2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은 지난달 특1급 호텔의 내국인 객실 매출이 1년 전과 비교해 15% 늘었다. 여름철 성수기를 맞은 부산롯데호텔 매출은 21% 뛰었고, 잠실롯데호텔도 8% 증가했다. 주 52시간 시행에 따라 일찍 퇴근한 직장인들이 폭염을 피해 호텔로 피서를 떠나는 이른바 '호캉스'가 확산된 덕분이다.

서울신라호텔 역시 지난달 내국인 객실 판매가 전년동월대비 10% 늘었다. 여름 휴가를 호텔에서 보내는 내국인이 늘면서 주중 투숙율도 예년보다 껑충 뛰었으며 주말에는 대부분 만실을 이뤘다. 외국계 제약사에 근무하는 김민지씨(37)는 "출근을 하는 주중에는 사무실에서 시원하게 보낼 수 있지만 주말에는 버티기 어렵다"면서 "집에선 에어컨을 틀어도 시원하지 않아 지난 주말 친구들과 함께 서울시내 특급호텔에서 하룻밤을 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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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 브랜드 호텔도 붐비기는 마찬가지. 지난달 롯데시티호텔의 내국인 투숙율은 83%였고, L7은 82% 기록했다. 이달 현재 롯데시티호텔 예약율은 60%에 그쳤지만, 유례없는 폭염이 이어지면 90%에 이를 것으로 호텔측은 예상했다. 현재 65%인 L7 예약율도 83%로 치솟을 것으로 봤다.

서울시내 모텔은 빈 방이 없을 정도로 인기 있는 피서지가 됐다. 주부 서진숙(34)씨는 "전세집이라 에어컨 설치비용이 아까워 참을 수 없는 더운 밤에는 남편과 모텔을 갔다"면서 "어제는 신당동 주변 모텔을 몇 군데 가봤지만 방이 없어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모텔 가격이 부담스러운 서민들은 영화관과 찜질방에서 열대야를 식혔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지석(44)씨는 "회사에서 늦게까지 버티다 퇴근 후 곧바로 영화관에 가서 8시 영화를 보고 자정 넘어 집에 들어갔다"면서 "요즘은 회사가 가장 시원해 여름휴가도 조금 선선해지면 떠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서울 가양동에서 사우나를 운영하는 김선영(57)씨는 "예전에는 주무시는 고객들 대부분이 남성이었는데 요즘엔 정전이나 에어컨 고장 등의 이유로 자고가는 여성 고객이 크게 늘었다"면서 "전반적으로 작년 여름보다 손님이 많아졌다"고 했다.

야간 시간대에 열대야를 피해 대형마트를 방문하는 고객도 증가하는 추세다. 롯데마트의 영업시간 중 오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의 매출 비중은 지난달 14.7%까지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1~6월) 같은 시간대 매출 비중이 10.5%인 것과 비교하면 4% 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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