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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 제외 의료계…"인수인계 시간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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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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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효원 기자] 지난 1일부터 상시 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장, 국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은 주당 최장 근무시간이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됐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병원을 비롯한 보건업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해당한다. 노사 합의에 따라 연장근로시간을 넘겨서도 근무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둬 의료기관에서는 이를 계기로 조금이나마 근무환경을 개선해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오는 9월부터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하는 것도 당면과제다. 응급 수술이 수시로 있는 외과 등 진료과는 의료진 외에 의료 기술직까지 비상 대기해야 하는 것이 숙제로 보인다. 하지만 '노사 합의가 있을 경우 가능하다'는 단서 조항 때문에 대부분 의료기관에서 단체협상 등 속속 시작되는 노사 교섭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산업 종사자들의 정신질환 유병률이 다른 산업체 근로자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강모열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인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의료계 종사자들의 수면장애 유병률은 다른 산업체 근로자에 비해 2.2배나 높았다. 기타 정신질환 유병률도 비교 조건에서 1.44배에 달했다.

연구팀은 의료계 종사자들의 정신질환 유병률이 이처럼 높은 이유로 시간 압박, 과중한 업무, 야간근무로 인한 수면박탈, 의사결정의 불확실성 및 낮은 자율성 등을 꼽았다. 의료계 종사자의 30~40%가량이 번 아웃(burnout)으로 고통받는다는 연구결과와 같은 맥락이다. 번아웃은 만성 스트레스 때문에 자기 일과 능력의 가치에서 소진(탈진) 상태를 가리킨다. 결과적으로 번아웃은 우울증 위험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또 연구팀은 의료계 종사자들이 갈등과 폭력적인 상황에 자주 노출되는 점도 지적했다. 최근 전북 익산의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폭행당한 다음날 경북 울진의 병원 응급실에서도 같은 사건이 발생하는 등 의료진은 폭행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응급실 폭력은 일상이 된 가운데 환자나 보호자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답한 의료계 종사자는 전체의 10%를 넘어섰다. 현행 응급의료법은 응급의료 방해행위를 가중처벌토록 규정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했다. 실제 최근 6년간 주요 응급실 폭력 사건에서 가장 무거운 처벌은 징역 4개월, 벌금 300만 원에 불과했다.

이러한 지적이 제기되자 대한의사협회 산하 병원 봉직의 대표 모임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역시 지난달 병원 의사 특별법을 제정해 각 전문의의 근무시간은 온콜(on call·비상대기)을 포함해 주 52시간이 넘지 않도록 해달라는 성명을 냈다.

또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노동시간 단? 간호사는 제외다!'라는 근무환경 개선 촉구의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인수인계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것 ▲전산 출결 시스템을 전국 병원에대 적용할 것 ▲다른 직종처럼 교육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할 것 등 3가지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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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은 근무 교대 시 환자의 상태와 치료 계획 등을 설명하고 전달받는 '인수인계' 과정을 거친다. '인수인계'는 30분~1시간 가량 진행되는데 간호사들은 이 시간이 정식 근무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이들은 일부 병원에서만 시행되는 전산 출결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기로 출퇴근을 기록하다 보니 실제 근무시간과 상이한 부분이 커진다는 것이다.

또 간호사들은 근무시간 외에 받는 교육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간호업계에서는 이러한 청원인의 주장에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간호사의 '태움'(선임 간호사가 후배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일컫는 간호계 은어)이 인력 부족과 심각한 노동 강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현실을 외면한 제도 변화에 대한 불만도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은 업무의 특성을 배려하지 못한 몰이해의 표본"이라며 문제 지적에 나섰다.




황효원 기자 woni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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