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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상통화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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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들은 기술적으로 이중 지불을 방지하고 탈(脫)중앙화를 구현해 가상통화(암호화폐)로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또한 스스로 송금 기능을 지녀 그 자체가 은행 역할도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시장에서는 화폐로 인식되기보다 자산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격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17일 비트코인 가격은 1만9580달러였다. 지난 11일에는 7268달러로 하락했다. 당연히 가격변동성이 작은 가상통화를 시장은 열망했다.

그래서 출현한 게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다. 이름 그대로 가격이 안정된 코인을 말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담보를 이용한다. 테더는 달러를 담보로 잡았다. 테더 토큰(USDT) 하나가 1달러와 같다. 그래서 USDT 수량만큼의 달러를 은행에 예치한다. 실제로 그만큼의 달러를 예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많은 거래소에서 여러 가상통화를 USDT로 교환해주고 있다. 거래소에서만큼은 USDT는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USDT 가격은 최저 93센트, 최고 1달러3센트였다. 대부분 1달러에 거래된다. 가격이 아주 안정적이다.
가상통화에서 기술만 중요한 게 아니다. 가격안정성과 유동성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금 등 유동성이 작은 자산은 주식, 현금 등 유동성이 큰 자산에 비해 거래가 어렵다는 제약이 있다. 자산이 빨리 거래될수록 가격은 정확한 시장가치에 더 근접하려고 하므로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안정된 가격으로 수렴하게 된다. 코인이나 토큰 같은 가상통화가 그렇다. 그래서 토큰 이코노미 설계가 중요하다.

다이는 이더를 담보로 잡았다. 즉 법정화폐가 아닌 가상통화가 담보다. 그런데 이더도 비트코인처럼 변동성이 크다. 당연히 이더만을 담보로 해서는 변동성을 줄이기 어렵다. 그래서 가격안정성을 위한 복잡한 보조 기법이 필요하다. 골드민트는 금이 담보다. 비교적 가격이 안정된 실물자산을 담보로 잡았다. 카본코인이나 베이스코인은 통화 수량을 조절해 가격을 안정시킨다. 담보 없이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어느 것이 가장 좋은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억지로 하는 변환이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꾼다고 저절로 혁신이 되는 게 아니다. 변환 후 직면하게 될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가상통화는 그 고통을 기쁨으로 변화시키는 인센티브 역할을 한다. 며칠 전 끝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은 공사 입찰 후 대금의 일정 부분을 그 지역의 지역화폐로 주겠다고 공약했다. 그래야 공사대금의 일부라도 그 지역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상통화의 사용처는 무궁무진하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원리가 이렇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 한다며 이들을 바이블로 여길 필요는 없다. 이들은 좋은 참조 모델이었을 뿐이다. 영구불변인 것은 하늘 아래 없다. 규정과 관행은 합의하면 좋은 방향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지금도 가상통화는 진화하고 있다. 2013년 처음 나타난 가상통화공개(ICO)는 백서 한 장으로 시작했다. 2017년부터는 기존 기업들이 ICO를 하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는 거래소들이 토큰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계속 진화하고 있다. 가상통화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상통화는 화폐, 자산, 상품, 증권 등의 성격을 다 지닌 데다 스스로 은행 역할도 하는 등 쓰임새가 다양해 정말이지 참으로 해괴한 잡것이다. 이 잡것이 어떻게 더 진화할지 더 두고 볼 일이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정보보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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