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공직자 민원응대 지침 개정안 배포..."감정노동 공무원, 특이 민원으로부터 보호 강화"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앞으로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1회 경고에도 불구하고 성희롱을 계속하면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기존엔 3회 이상 계속해야 전화를 끊을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민원 공무원들이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해왔다.
행정안전부는 이같은 내용의 개정 '공직자 민원응대 지침(매뉴얼)'을 전(全) 행정기관에 배포했다고 9일 밝혔다. 행안부에 따르면, 중앙, 지방 행정기관 할것없이 폭언, 폭행, 성희롱, 반복 민원 등 공무원들을 괴롭히는 '특이 민원'이 한해 평균 3만건 이상 발생한다. 2015년 3만7004건, 2016년 3만4566건에 달했다. 최근엔 50대 지적장애인이 복지급여를 주지 않는다며 담당 공무원에게 폭언을 하고 흉기로 찌른 적도 있었다. 수시로 민원공무원에게 전화하여 평균 1시간 이상 통화하면서 읍소, 폭언, 상급자 연결을 요구하며 괴롭히는 사례도 많다. 기초생활수급자에 기준이 미달해 탈락한 것에 대해 보복하기 위해 6개월 사이에 주민등록 서류를 1만건이나 발급 신청한 악성 민원인도 있었다.
2012년 발간된 지침서를 개정해 성희롱 등 특이 상황별 민원 응대를 상황별·단계적으로 구분하고 대응 요령을 구체화하는 한편 대응 절차도 체계화하였다.
특히 민원인이 전화로 성희롱을 하는 경우에 이전 지침서에는 '3회 이상 중단 요청에도 성적발언 지속 시에 민원응대가 불가함을 안내하고 전화를 끊는다'라는 규정을 대폭 강화해 1차 경고에도 성희롱을 지속할 경우 법적 조치 경고 후 바로 통화를 종료하도록 했다. 또 곧바로 녹취 파일을 청취해 성희롱 여부를 확인하여 법적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민원 공무원 보호를 위해 적정 휴게시간을 부여하고 폭언·폭력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공무원에 대한 신체적·심리적 안정을 도모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민원공무원이 폭언, 반복 등의 특이민원으로 심적 고충이 클 경우에는 60분 이내의 범위에서 부서장이 휴게시간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각 행정기관에서 민원공무원 안전을 위해 민원실과 상담부서 내에 민원응대 장면을 촬영할 수 있는 영상정보처리기기(CCTV)를 설치하고 전화녹음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였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폭언과 폭행 등 민원을 가장한 무책임한 행동은 진정한 국민의 목소리와 구분되어야 한다.”라며, “앞으로도 민원공무원 여러분들께서 따뜻한 마음으로 국민 한분 한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고민을 함께 해결하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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