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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정담]"복잡한 조달업무…'현장 소통' 위해 전국 누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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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명 산사에 발자취…짬짬이 걷기
취미생활로 얻은 ‘평안함’이 업무에 긍정역할
현장소통 강화, ‘진심·열심’으로 공감대 형성

“세례받은 천주교 신자지만, 산사(山寺)를 자주 찾습니다. 종교적 의미에 얽매이지 않고, 고유 문화유산으로 산사를 좋아합니다. 고즈넉한 산사 둘레길을 걸으면서 자연과 동화되는 시간에는 어느 때보다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봄 햇살이 비친 지난 9일 대전 한밭수목원에서 임기근 조달청장을 만났다. 수더분한 인상에 꾸밈없는 말투, 익살스러운 표정과 함께 임 청장의 입가에 웃음기가 맴돌았다. 산사 이야기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임 청장은 산사 마니아다. 전국 유명 산사 중에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은 문경 ‘봉암사’ 한 곳뿐이라고 할 정도다. 봉암사는 스님들이 수양에만 전념하는 전형적인 산사로, 부처님 오신 날 하루 외에는 일반인이 쉽게 드나들 수 없다. 이 까닭에 봉암사를 가려면 부처님 오신 날 당일에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드는 인파를 파고 들어가겠다는 각오와 시간적 여유를 두지 않고는 감히 엄두를 내기 어려운 산사라고 임 청장은 아쉬워했다.


지난 9일 임기근 조달청장이 대전 한밭수목원 산책로를 걷고 있다. 조달청 제공

지난 9일 임기근 조달청장이 대전 한밭수목원 산책로를 걷고 있다. 조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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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를 찾는 일이 매번 즐겁다”는 임 청장은 언젠가 지역별로 산사와 누각·정자, 천주교 성지, 서원, 둘레길, 맛집 등을 연계한 패키지여행을 떠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걷는 것에 즐거움을 얻고, 여행에서 삶의 의미를 찾겠다는 것이 이유다.


여가시간 임 청장은 산사를 찾는 것 외에도 미술관과 발레 관람, 클래식 음악 듣기 등 취미활동을 즐긴다. 건강을 위해 헬스클럽을 이용하거나 생활권 내 낮은 산을 오르는 일도 잦다. 배우자와 동네 호숫가를 산책하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 된다고 임 청장은 말했다.

기관장의 위치에서 일정이 마냥 여유로울 수는 없다. 다만 짬짬이 시간을 내어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은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충실하게 이어간다는 각오다. 취미활동으로 얻어지는 마음의 여유와 나름의 철학적 사유(思惟)가 청장 업무를 수행하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마음의 여유가 생길수록 기계적으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는 ‘얕은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고 임 청장은 자부했다. 나부터 여유를 갖고 상대방을 대할 때, 깊이 있는 대화와 관계 설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임 청장과 함께 걸으며 대화하는 동안 그의 이야기는 정책과 조직관리, 문화생활, 삶에 대한 생각까지 다양하게 이어졌다.


임기근 조달청장이 지난 9일 한밭수목원에서 조달청과 직원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내면서 웃고 있다. 조달청 제공

임기근 조달청장이 지난 9일 한밭수목원에서 조달청과 직원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내면서 웃고 있다. 조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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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청장 취임 후 100여일이 지났다. 어떻게 보냈나.

▲지난 100일간 민생현장 소통에 방점을 두고, 전국 각지를 누볐다. 서울·경기·인천·강원·광주·부산·대구·군산·충북 등지에서 지방조달청과 지역별 혁신기업 현장 관계자를 주로 만났다. 하루 이동 거리로 짧게는 100㎞, 길게는 500㎞를 오가며 단순히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형식적인 만남을 지양했다.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에 귀를 기울이고, 조달청이 실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면서 방향을 설정하는 게 현장 소통의 핵심이었다. 막연히 ‘검토하겠다’는 말보다 이건 ‘가능하다’ 혹은 이건 ‘어렵다’는 명확한 방향 제시 등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함께 고민했다. 가능하다고 판단한 사안은 정책부서에 전달해 미루지 않고, 곧장 실행에 옮겨질 수 있도록 조치했다. 민생소통은 현장 기업과 지방청 직원과의 만남을 필수로 정하고, 지방청과 인연을 맺은 복지관 등 사회적 약자 계층을 만나는 시간으로 대부분 일정을 채웠다.


-현장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조달업무는 기본적으로 복잡·다단하다. 계약 규정과 제도가 바뀌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 혼선을 겪기도 한다. 현장에서 만난 일부 조달기업 관계자는 이미 바뀐 제도를 알지 못해 개선해 달라고 요청해오기도 했다. 조달청이 단순히 정책만 다룰 것이 아니라 현장 소통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같은 이유로 최근 조달청은 달라진 규정, 제도를 이해당사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소통 경로를 다양화하고,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관련 내용을 전파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이해당사자들에게 별도의 이메일을 발송해 숙지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궁극적으로 조달청의 ‘우군’을 다수 만드는 게 중요하다. 우군이 많을수록 수비가 탄탄해진다. 조달청에 분산 조달과 중앙조달 사이에서 논란이 생겼을 때, 누군가 나서 “나는 조달청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우리(조달기업)가 필요한 것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우군이 많아지면 조달청도 자연스레 힘을 얻게 된다. 우군을 늘리기 위해 조달청은 앞으로도 현장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추진하는 데 무게를 더하겠다.


-취임 초기 조달청과 소속 직원을 ‘소의 눈망울’에 빗대 표현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조달청과 소속 직원이 ‘들판에서 묵묵히 일하는 소의 눈망울 같다’는 애초의 이미지는 현재도 유효하다. 그만큼 순수하고 일에만 몰두하는 기관, 직원들로 보인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애초 조달청은 비판을 받기 쉬운 업무 성격을 가졌다. 가령 계약업무 특성상 계약 당사자가 1명(1개사)뿐이라면, 이외에 다수는 계약 대상에서 탈락한 것을 의미한다. 탈락자 누구든 좋은 감정을 갖기 어렵다. 비틀어진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조달청은 탄탄한 시스템 아래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조직 역량을 갖췄다. 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 등 조달 인프라는 매우 선진적이며, 조달청 직원은 열정과 순수함을 가졌다는 것이 지난 100일간 지켜본 조달청의 면모다. 조달기업·조달청 직원·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높은 만큼, 앞으로 ‘나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 9일 한밭수목원에서 만난 임기근 조달청장이 산사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웃고 있다. 조달청 제공

지난 9일 한밭수목원에서 만난 임기근 조달청장이 산사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웃고 있다. 조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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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청이 국민에게 친숙한 정부 기관은 아니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조달청은 공공조달 업무와 관련 있는 조달기업 등에는 친숙하지만, 일반적으로 국민과의 접점은 적은 게 사실이다. 최근에는 관료의 전통적 이미지 홍보 틀에서 벗어나 조달청 이미지를 색다르게 홍보해보자는 내부의견도 나왔다. 이를테면 세계적으로 이름난 K-문화콘텐츠(발레 등)를 이용해 조달청을 대중에 알리자는 것이다. 조달청이 좋은 물건을 만드는 조달기업(꿈나무)을 육성해 세계 시장(월드 스타)으로 뻗어갈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한다는 등의 스토리를 덧입히는 방식이다. 적어도 조달청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국민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알리자는 게 색다른 홍보 콘텐츠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다.


-공공조달의 선한 영향력을 강조해 왔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조달청은 그간 중앙조달기관의 위치에서 국내 경제성장을 견인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는 특급 해결사, 구조 전환의 시기에는 견인차 역할도 자처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대내외 여건 변화에 맞춘 정책 수단으로써 공공조달의 폭넓은 역할 수행을 요구받는다. 신산업 성장 생태계 조성과 기후변화 대응, 공급망 위기 대응 등의 수단으로써 공공조달의 역할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조달청은 조달업무가 지역경제, 지역공동체에 확고하게 뿌리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달청과 지역공동체 간 동행이 필수적이다. 현재 조달청은 직원 절반이 대전 본청에서, 나머지 절반은 각 지방조달청에서 근무한다. 이러한 근무환경을 십분 활용해 본청을 필두로 각 지방조달청이 민생현장에 한 걸음 다가가 지역사회와 함께 할 연계 활동을 발굴·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


-공공조달시장은 조달기업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한다. 조달기업이 해외로 뻗어갈 수 있게 조달청이 도울 전략이 있나.

▲지난해 공공조달 규모는 209조원이다. 국내총생산(GDP)의 10%와 맞먹는다. 공공조달 규모는 2018년 141조원, 2019년 160조원, 2020년 176조원, 2021년 184조원, 2022년 196조원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공공조달이 조달기업과 함께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조달기업도 많다. 이제는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조달청은 올해 조달기업이 해외 조달시장에 과감하게 도전해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가용자원과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수출 유망 분야의 기업을 발굴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해외조달 진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특화 바우처를 신설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외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혁신기술 해외 실증사업(수출 선도형 혁신제품 시범구매)을 확대하고, 해외조달 전문인력 양성사업으로 전문인력 확보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공직사회에서 ‘MZ세대’의 이탈 문제가 심각하다. MZ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은.

▲MZ세대에게 내 나이는 아버지뻘이다. 솔직하게 다가서고 싶은 마음이 우선 든다. 그들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듣고, 인생 선배로서 답을 찾을 수 있게 돕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 MZ세대 스스로 일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숨 쉬는 자리(공간)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혜안을 갖길 조언한다. 어떤 일을 하던 ‘의미 없는 즐거움은 공허하고, 즐거움 없는 의미는 삭막하다’는 말도 상기시키고 싶다. 직장 동료를 대하는 마음가짐에서는 ‘진심’과 ‘열심’을 두루 갖추길 바란다. 내가 상대를 마음(진심)으로 대할 때 상대와의 관계도 깊어진다. 상대를 배려하고, 서로 무거운 짐을 나누려는 자세(열심)를 가질 때 힘든 직장생활도 동료와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후자는 내가 맡은 일을 100% 소화해 동료에게 평일 야근이나 휴일 근무 같은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고, 여력이 된다면 주변 일을 돕길 바란다는 의미다.


대담=조영주 세종중부취재본부장

정리=정일웅 기자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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