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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도종환 대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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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문학유산을 수집하고 보존하고 관리하고 활용하는 일이 실행돼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공립시설이 필요하다고 봤다. 일본이 67년에 이미 근대문학관을 만들었고 중국도 85년에 현대문학관을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없어서 (국립한국문학관을) 포함하는 내용까지 법안에 담았는데…"
2015년 4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때 도종환 당시 초선의원은 문학진흥법을 발의했다. 당시 야당(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는데 일부 여당(새누리당)과 다른 당 의원 등 60여명이 힘을 보탰다. 새 법안은 같은 해 연말에 통과됐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통과한 데는 중학교 국어선생님이자 시집을 낸 적이 있는 도 의원이 적극 나선 덕분이었다.

그렇게 생긴 문학진흥법 18조는 국립한국문학관 설립근거를 담고 있다. "장관은 국가를 대표하는 문학관으로 국립한국문학관을 설립한다." 여느 법조항과 달리 장관에게 묵직한 책임감을 덧씌운 게 눈에 띈다. 통상 법조항은 '할 수 있다'로 서술돼 안 해도 그만인 경우가 많다.

문학관 설립은 그렇게 해서 지난 박근혜정부 때부터 추진됐다. 지자체를 상대로 부지공모를 거치는 한편 문화예술계 인사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TF의 자문을 거쳐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부지를 점찍었다. 일부 다른 부지가 거론됐고 자기 지역에 지어달라는 지자체도 많았지만 상징성 등 몇 가지 기준을 세워 낙점했다.
명분 좋은 시설을 국유지에 짓겠다는 밑그림은 훌륭했지만 건축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는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냈다. 앞서 2016년 박근혜정부 때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향후 조성할 용산국가공원 내 들어설 공공시설 구상안을 밝혔을 때도 서울시는 강하게 반발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시 "정부 이기주의에 의한 나눠먹기" "반쪽 공원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생기는 국가공원인 만큼 시민ㆍ국민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했음에도 그렇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박 시장은 용산공원을 온전히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늘 강조해왔다.



문체부와 서울시간 갈등이 불거진 지난해 11월 이후 반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한국문학관 논의는 공전하고 있다. 실무진을 중심으로 협의체를 꾸려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올해 초 상견례 차원에서 한번 얼굴을 맞댄 게 전부다. 그러는 사이 문체부는 따로 설립추진위를 꾸리는 등 물밑작업에 나섰다.

문체부 안팎에서 별다른 입장변화가 없고 협의체도 유명무실해지면서 서울시도 마땅히 이슈제기를 하기 쉽지 않은 처지다. 명문화된 규정은 물론 기관장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공무원들은 난감한 상황에서 해법을 못 찾고 있다. 선거국면으로 접어들면 골치 아픈 사업은 아예 멈춰버리는 관가의 관행에 비춰보면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물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망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밝혔듯 서울시나 현 정부가 용산공원을 바라보는 주된 관점은 복원이다. 서울시 첫 총괄건축가를 지내고 문 대통령 고교동기인 승효상 이로재 대표가 도심을 대하는 접근법 역시 같다. 승 대표가 외국인 조경가와 함께 만든 용산공원 계획은 MB정부 공모전에서 1등을 해 채택됐다. 용산공원에 건물을 새로 지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공직을 맡았을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용산공원 복원파'인 승 대표는 최근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도 장관이 내세우는 용산 국립한국문학관이 동력을 받기 위해서는 새로 지을 문학관이 공원복원과 상반된 맥락이 아니라는 점을 어필해야할 테다. 방법은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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