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비상체제 돌입하면서 올해 업무계획 차질 불가피…내부 수습·감독기능 정상화할 차기 원장 인선에 관심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한 달새 수장 두 명을 잃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으면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임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고 감독기구로서의 업무는 사실상 마비 상태다.
금감원이 또 다시 비상체제로 돌입하면서 김 원장이 취임 후 드라이브를 걸었던 업무들도 사실상 중단 수순을 밟거나 동력을 잃게 됐다. 현 정부와의 교감 아래 강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일 걸로 예상됐던 금융개혁 추진도 일단은 물건너갔다는 분석이다.
김 원장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약탈적 대출' 해소 등 금융소비자보호 이슈는 물론 금융그룹 통합감독,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감독체계 개편 추진과 관련해서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 관행 등 소비자보호 이슈를 비롯한 현안은 계속 챙겨야겠지만 원장 사임으로 업무 추진 속도와 강도엔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과 허탈감도 크다"며 "조직 분위기가 이렇게까지 가라앉은 적이 없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나가야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금감원 조직 자체가 삐그덕거리면서 금융권의 관심은 무너진 조직을 수습하고 금융시장에 대한 감독 기능을 정상화할 차기 원장으로 누가 올 지에 모아진다. 금융개혁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가 워낙 강한 만큼 개혁 성향의 인물 외부 발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이번엔 검증된 관료 출신을 낙점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이 김 원장의 거취 논란과 관련해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라고 언급한 만큼 청와대가 다시 한 번 민간 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청와대가 금융을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로 보고 있고 관료에 대한 불신 또한 워낙 크다는 점에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통령의 메시지 발표 후 금융 관료에 대한 청와대의 불신이 뿌리깊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며 "다음번에도 금감원장으로 비(非) 관료 출신을 낙점할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첫 민간 출신 금감원장'인 최흥식 전 원장과 '첫 시민단체·정치인 출신 금감원장'인 김 원장의 사임으로 청와대의 인사 실험이 두 차례나 실패로 돌아가면서 이번엔 안정적인 관료 출신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고위 공무원 승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철저한 검증을 거친 관료 출신을 중용하는 게 낙마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란 예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청와대가 이번 인사참사를 차기 금감원장 임명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금융개혁에만 치중해 무리한 인선을 하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금융개혁과 금융산업 발전을 균형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인물로 금감원장을 발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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