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전문가 "美의 교모한 전략…안보+통상 패키지 딜로 대응해야"
[아시아경제 이광호, 조유진 기자]미국 정부의 강도 높은 '한국 때리기'가 이어지면서 최근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껄끄러운 한미 관계가 경제 보복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추진 등의 과정에서 한미 간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미국 정부가 무언(無言)의 압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통상전문가들은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라는 측면이 강하다면서도 외교안보 분야의 잠재된 한미 갈등이 경제 보복으로 이어진 측면도 있는 만큼 안보와 통상을 하나로 묶는 '패키지 딜'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달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이에 따라 삼성, LG 등 국내 기업의 세탁기 수출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GM이 한국의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데 이어 나머지 부평ㆍ창원 공장도 철수할 수 있다고 압박하는 등 미국 정부와 기업이 동시다발적으로 한국 정부를 겨냥하는 모습이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은 3차 회의를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당신과 문재인 대통령을 이간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른바 무역이란 수단을 갖고 있다, 이건 꽤 강한 협상 칩(chip)"이라고 밝혔다. 남북 관계가 미국이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한국에 대한 경제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이다.
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해 "미국이 타깃을 삼고 있는 것은 중국인데, 한국이 콜레트럴 데미지(부수적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미국이 중국을 타깃으로 하면 한국이 계속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2019년 방위비 분담이라든지, 전시작전권 조기환수 문제 등까지 펼쳐 놓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양국 정부 간 상당히 긴밀한 관계가 유지될 때 그런 물밑 작업들이 가능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철강ㆍ알루미늄 등의 수입을 제한하도록 한 것에 한국이 포함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박사는 미국 정부가 사문화 됐던 무역확장법 232조(대통령 직권으로 국가 안보 침해 소지 여부가 있을 때 수입을 제한)를 부활시킨 점에 대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라고 해석했다.
한미 안보동맹을 강화해야 경제 문제도 함께 풀어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많다. 최원목 이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진행된 통상현안에서 미국과 한국이 엇박자를 낸 것이 현 상황을 초래했다"며 "이미 자충수에 걸린 상황이지만, 한국이 쓸 수 있는 레버리지를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다시 계산해야 한다. 통상과 안보 문제를 패키지 딜로 가져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에 원활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단번에 휘청거릴 수도 있다"며 "중립적이면서도 객관적인 근거로 접근하되 모든 현안을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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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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