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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부동산 카르텔'…친목회가 영업제한·자체 재판까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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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인 간 분쟁에 친목회 개입, 윤리위원회 열어 벌금 부과까지
벌금은 제소인 아닌 친목회에 귀속시키는 '황당 결정'
음성적으로 조직돼있어 사실상 단속 어려워
도 넘은 '부동산 카르텔'…친목회가 영업제한·자체 재판까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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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이모(45)씨는 지난달 전셋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씨가 원하는 조건의 물권을 가지고 있던 A 공인중개사가 전셋값을 두 차례나 올리고도 집주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래를 거절한 것. 알고보니 집 주인 역시 중도금 문제로 세입자를 빨리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스스로 다른 부동산을 통해 알아보다 이씨와 연락이 닿아 계약을 마쳤다. 그러나 물권을 놓친 A 공인중개사가 계약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이씨가 집을 알아볼 당시 거래한 B 공인중개사를 지역 부동산 친목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위원회는 같은 지역 공인중개사인 회장 주재로 재판 형식의 심의를 진행해 B 중개인에게 백여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해당 벌금은 협회 회비로 귀속키로 했다. 이씨는 "일부 부동산과 조직이 지역 중개인들을 좌지우지하고, 임대ㆍ임차인에게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다"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친목회를 만들어 권력을 행사하는 '지역 카르텔'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부동산 간 분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며 특정 업체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 초법적인 권한까지 휘두르는 형국이다. 중개인들로 구성된 사조직이 업계는 물론 임대ㆍ임차인들에게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시장의 특성상 음성적으로 진행돼 단속하기 어렵다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지난달 본인의 거주지의 한 부동산 친목단체의 위법행위를 분당경찰서에 고발했다. 대외적으로는 '산악회'로 조직된 이 친목회는 내부 회칙을 통해 회원 중개업소들의 영업행위를 제한하고 업체 간 분쟁에 개입, 자체 윤리위원회를 통해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구성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제 26조 사업단체의 금지행위)을 명백히 어겼지만, 중개업자인 회원은 영업망에서 배제되는 것을 우려해 회칙을 따라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해에 이어 서울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대책에도 아랑곳 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3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밀집상가에 부동산 매매 및 전월세 가격이 붙어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지난해에 이어 서울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대책에도 아랑곳 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3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밀집상가에 부동산 매매 및 전월세 가격이 붙어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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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개인 뿐 아니라 일반 임대ㆍ임차인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씨는 A씨의 요구로 당초 제시됐던 전세가격 대비 1000만원씩 두 차례에 걸쳐 올려 계약의사를 밝혔지만 A 중개인은 이씨가 당초 집을 알아보던 B 중개인과 계약관계를 끊고 본인과 직접 계약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양타'를 노리고 고의로 계약을 미뤘다. 급전 문제로 하루 빨리 계약이 성사돼야 했던 임대인의 사정도 고려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계약을 끝낸 후 불똥은 B 중개인에게 튀었다. A 중개인이 자신의 동의 없이 임대인의 연락처를 알려줘 계약이 이뤄지게 했다며 친목회의 윤리위원회에 B 중개인을 제소한 것. 이씨는 증인으로 심의 현장에 불려나가 증언까지 했다. 결국 150여만원의 벌금이 B 중개인에게 부과됐고, 산악회는 심지어 이 벌금을 제소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회비로 귀속시키기로 결정했다.

비전문적일 뿐 아니라 초법적인 결정이지만 중개인들은 이 같은 친목회의 결정에 반박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친목회의 경우 지역의 부동산 매매 정보를 공유하는 댓가로 받는 가입 회비만 1000만원에 달한다. 주말 영업 금지 등 자체 회칙을 어기면 수백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안팎의 피해가 심각하지만 당국은 조직이 인터넷 카페 등에서 음성적으로 존재하고 위법행위는 외부인이 알 수 없어 이뤄져 단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같은 담합 등 위법행위에 대해 제재하고 있지만, 대부분 제소에 의존한다. 제재 수준 역시 시정명령과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 정도의 과징금 부과 선에서 마무리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친목회 담합의 증거를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내부고발 형태가 아니면 단속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수가 급증하고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역 간 규율이 지나치게 강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공인중개사와 중개인, 중개법인 등 부동산중개업자 수는 매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10년 8만3361명(법인 포함)이던 것이 작년 1분기 9만1163명으로 늘었으며 2분기 들어 10만105명, 3분기 말 기준 10만1276명에 달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국내는 공동중개가 대부분을 차지하다보니 서로가 가진 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고, 관계가 원활해야 성사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부당한 회칙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중개인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과정에서 중개행태의 규정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끼리끼리 문화가 심해지고 오히려 상도의를 해치는 사례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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