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평생 고단했던 삶의 종착역, 이만한 데가 없지"[시니어하우스]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김경철 안산시 통합돌봄과 팀장은 "어르신들이 몸이 아프면 통상 요양병원에서 삶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신다. 그런데 안산시에서는 작은 주택을 짓고, 마을이 동네 어르신들을 보살필 수 있도록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이 사업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안산시는 5년 전 노인 돌봄 선도사업을 통해 보배케어안심주택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임대주택을 노인 생활에 맞게 특화해서 리모델링한 다음 안산시에 넘겨줬고, 안산시는 이를 운영하고 있다.

닫기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3-1]이곳이 내 종착역이야

홀로 살 수밖에 없지만, 홀로 살 능력이 부족한 노인들 대상
안산시 '노인케어안심주택', 고단했던 삶 동네가 보듬어줘
보증금 500만원, 월 임대료 25만원

매일 알약 50개씩 털어넣어야 하지만
든든한 집에 고독사 걱정 덜어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보배 케어안심주택 사는 정기용 할아버지가 집 내부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보배 케어안심주택 사는 정기용 할아버지가 집 내부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AD
원본보기 아이콘

"암 수술을 두 번 하고, 심장 스탠드 시술받고, 폐렴까지 왔으니 별수 있나. 온갖 약으로 버티는 거지."


경기도 안산에 사는 정기용 할아버지(76)는 날마다 알약 53개를 입 안에 털어 넣어야 한다. 침대 머리맡, 손만 뻗으면 닿는 선반엔 약통들이 그득하다. 그 사이 베란다에서 돌아가던 세탁기는 탈수가 끝났다는 신호를 보냈다. 정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더니 리모컨을 눌렀다. 천장에 붙은 빨래 건조대가 다리 높이만큼 낮아졌다. 거동이 불편한 정 할아버지에게 꼭 필요한 배려였다.

"나 같은 노인이 살기에 이만한 곳이 없어. 매일 도시락 갖다주지, 1층 강당에 가면 이야기 나눌 노인네들 있지, 도우미가 와서 청소해주지, 방 안에 위급할 때 누르면 119로 연결되는 모니터까지 있어. 혹시 쓰러져도 바로 달려와 줘. 이곳이 내 종착역이야"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보배 케어안심주택 사는 정기용 할아버지가 집 내부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보배 케어안심주택 사는 정기용 할아버지가 집 내부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

정 할아버지가 말하는 '종착역'은 안산 단원구 고잔동에 있는 ‘보배케어안심주택’이다. 허름하고 낡은 주택가 한가운데에 새로 올린 3층짜리 건물에는 평생 가난을 짊어지고 살았던 어르신 9명이 모여 있다. 평균 나이 75세. 모두 홀로 살 수밖에 없지만, 홀로 살 능력이 부족한 재가급여 대상자다.


김경철 안산시 통합돌봄과 팀장은 "어르신들이 몸이 아프면 통상 요양병원에서 삶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신다. 그런데 안산시에서는 작은 주택을 짓고, 마을이 동네 어르신들을 보살필 수 있도록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이 사업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안산시는 5년 전 노인 돌봄 선도사업을 통해 보배케어안심주택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대주택을 노인 생활에 맞게 특화해서 리모델링한 다음 안산시에 넘겨줬고, 안산시는 이를 운영하고 있다.

입주자 선정은 현재 안산지역자활센터가 하고 있다. 희망한다고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주택자여야 신청 자격이 있다. 여기에 석 달 넘게 입원한 후 퇴원한 고령자 중 입주를 신청했거나, 요양원 거주자 중 동네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노인이나, 장기요양 재가(在家) 등급을 받은 고령자들이 우선적으로 입주할 수 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보배케어안심주택.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경기 안산시 단원구 보배케어안심주택.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
"평생 고단했던 삶의 종착역, 이만한 데가 없지"[시니어하우스] 원본보기 아이콘

보증금은 500만원이고 월 임대료는 25만원이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이 25만원도 나라에서 주는 주거급여로 해결할 수 있다. 사실상 무료로 머무는 것이다. 입주 기간은 10년이지만, 계속 연장해서 살고 싶을 때까지 살면 된다.


안산시는 이런 곳을 두 군데(고잔동·본오2동) 더 운영하고 있다. 내년까지 추가로 한 군데 더 마련한다. 김 팀장은 "안산은 매입임대주택이 많은 곳이라 LH와 협조가 순조로웠다"며 "이런 노인케어안심주택이 전국적으로도 많이 생기면 좋겠지만, 건물을 짓는데 드는 예산과 운영 방법 등의 문제로 아직 안산 정도만 특화한 시설"이라고 전했다.


정 할아버지는 9평짜리 방 한쪽에 네 뼘짜리 서예 책상도 뒀다. 예전부터 마음속에만 담아왔던 작은 공간이다. "대부도에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혼자 살았을 땐 상상도 못 했을 일이지. 지금도 우울증 약은 먹지만 붓글씨 쓰고 있으면 견딜 만해. 여기서는 고독사하면 어쩌나. 그 걱정은 없잖아"


<특별취재팀>


[3-1]이곳이 내 종착역이야
"평생 고단했던 삶의 종착역, 이만한 데가 없지"[시니어하우스] 원본보기 아이콘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