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현장에서]'다주택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자승자박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남편 명의의 연천 집을 결국 처분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빌라를 팔고 1주택자가 된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김 장관은 최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고위공직자 중 다주택자가 많다는 지적에 “제 문제도 조만간 발표하겠다”며 집을 정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장관은 현재 본의 명의로 고양 일산서구 아파트와 남편 명의로 연천군 단독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다.
김 장관의 연천 집은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컨테이너로 된 조립식 단칸방 건물이다. 김 장관의 남편이 매일 출퇴근하며 일하는 사무 공간이라고 한다.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과는 동떨어진 물건이다. 매물로 내놓는다고 사려는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래서 김 장관은 매도보다는 멸실을 고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연천 집은 김 장관 남편의 유일한 소원이었다고 한다. 명의도 김 장관이 아닌 남편 앞으로 돼 있다. 집 주인이 김 장관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에서 세대별로 주택 보유 수를 합산하기로 한 탓에 김 장관은 다주택자가 됐다.

김 장관이 남편의 집을 처분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은 애초에 김 장관 본인의 발언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8·2 대책 발표 직후 “집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불편해질 것”이라며 “사는 집이 아니면 팔라”고 주문했다. 다주택자들의 투기적 매매가 주택시장 과열을 불러온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장관은 취임식 때부터 다주택자를 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몰아세우며 압박했다. 그러나 정작 김 장관 본인이 다주택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김 장관은 다주택자를 향한 압박이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 날아올 거라곤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주택자는 범법자가 아니다. 자산이 많은 사람들이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평균적으로 자산의 절반 이상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다주택자들이 집을 투기적으로 사고파는 게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대부분 다주택자가 투기꾼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후 보장 정책이 부족하고, 부동산은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집이 단순히 거주 목적으로만 거래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또는 유력 정치인이 “주택은 투기가 아닌 주거의 대상”이라고 선언한다고 해서 당장 상황이 변하는 게 아니다. 시장이 바뀌고, 문화가 성숙하고, 인식이 개선돼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김호중 "거짓이 더 큰 거짓 낳아…수일 내 자진 출석" 심경고백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오늘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인사청문회…'아빠·남편 찬스' '변호전력' 공격받을 듯

    #국내이슈

  • 이란당국 “대통령 사망 확인”…중동 긴장 고조될 듯(종합)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해외이슈

  • [포토] 검찰 출두하는 날 추가 고발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포토PICK

  • 기아 EV6, 獨 비교평가서 폭스바겐 ID.5 제쳤다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