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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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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정책의 성공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으로 고용감소가 나타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기업부담이 가중되면서 기업가정신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계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정책으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데 대한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반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감소는 과도기적인 현상이고 소득주도성장과 병행해 이뤄지는 혁신주도성장이 본 궤도에 오르면 최저임금도 주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구조조정되고 혁신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일자리와 소득과 성장이 선순환을 이루게 되는 시점이 머지않아 도래할 거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어떤 전망이 현실화될까? 그리고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먼저 소득주도성장이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있다. 기존의 검증된 성장정책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검증이 불완전한 정책이라도 시도해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기업활동에서 기업가정신이 필요한 것처럼 정책실행에서도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자동차 생산에서 컨베이어 벨트라는 획기적 혁신을 도입한 포드자동차는 다음해인 1914년 근로자들의 임금을 2달러대에서 5달러로 2배 이상 올리는 파격적 조치를 통해 자동차 대중화시대를 열었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저금리, 저유가, 저달러의 3저 호황과 함께 자동차, 가전 제품, 기계, 철강 등 중화학 분야를 주력으로 한 고도성장기에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마이카 시대가 열리고 일자리와 소득과 성장의 선순환이 이뤄졌던 경험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혁신주도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이 같은 바퀴로 굴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금인상의 속도가 혁신의 속도보다 빠르면 고용감소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임금×고용으로 계산되는 총소득은 정체되거나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영세기업의 비중이 높은 나라는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비용부담과 고용감소의 충격이 더 클 수 있고 이것이 소득주도성장정책에 대한 회의와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금인상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중소벤처기업의 창업과 혁신이 필수불가결하다. 대기업도 고용을 창출하지만 자본집약적 특성이 강해 투자 대비 고용창출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중소벤처기업의 창업도 생계형 창업이나 준비되지 않은 창업으로는 생존율도 높지 않고 성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신규고용창츨에 기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준비된 기술형 창업이 활성화되어야만 혁신주도성장이 이뤄지고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면서 소득주도성장과 한바퀴로 달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창업해 살아남은 기업도 지속적인 혁신이 필수불가결하다. 임금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생산성 혁신이 없으면 성장은 커녕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의 문제점은 같은 바퀴로 굴러가야 할 혁신성장정책에 비해 너무 속도가 빨라 엇박자가 생기고 그 때문에 마음만 급해질 뿐 목표를 향한 발걸음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혁신성장정책이 곧바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이에 걸맞는 속도로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이상주의자는 이상을 향해 나아가되 현실에서 반박자만 앞서가는 사람이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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