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문수빈 기자] “아침에 일어나서 죽었어! 아이고 어쩌면 좋냐 우리 아들이 죽었어. 어쩌면 좋냐 이놈들아!”
14일 오전 7시59분께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온수역에서 배수로 작업을 하던 전모(36) 씨는 온수역에서 오류역 방향으로 약 300m 떨어진 지점에서 같은 방향으로 운행하던 열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 씨는 당시 동료 2명과 함께 배수로 칸막이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침에 그냥 다녀온다고 그랬어, 엄마 이따가 다녀올게 이따봐, 분명히 그랬는데…” 어머니 이 씨는 아들 전 씨에 대해 살가운 막내 아들이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딸 같은 아들이어서 잘했어, 집 가면 다 치워놓고 지 빨래해놓고 그러고 있어. 밥도 잘해. 내가 하면 맛없다고”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마음을 진정한 이 씨는 아들의 사망 소식에 대해 “그냥 아침에 엄마 잘 다녀오겠습니다 이따 봐 그거밖에 없지. 오늘이 마지막이었지. 그리고 오늘 아침에 출근하다가 전화 받은 게 그거지”라며 담담히 말했다.
이 씨는 이어 “119가 와서 보니까 후송했다고 그러데? 병원으로. 많이 다쳤냐고 물으니까 아무 소리도 안 하고. 그때 아 일이 크게 났구나. 엄청 크게 났구나 했지…”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씨는 아들이 열차가 오고 가는 위험한 철로 위에서 작업 한다는 사실을 사망 직후 알았다면서 “내가 철도 일 한다고 하면 못 하게 했어 위험하다고. 철도 일 한 건 처음이야. (내가 알아서 말렸으면) 안 갔지”라며 가슴을 꾹꾹 눌러가며 터져 나오는 눈물을 삼켰다. 전 씨가 숨진 이날은 온수역 선로작업을 나간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한참 뒤 이 씨는 아들이 일용직 노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집이)목공소를 옛날에 크게 했었어. 그래서 아들이 손기술이 좋아 똑똑하고”라고 설명했다. 전 씨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내던 중 2011년부터 건설현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전 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빈소로 달려온 전 씨의 친구들은 전 씨와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서 알고 지냈다며 30년 지기 친구라고 설명했다. 친구들은 “친구가 이 일은 3년 정도 하고 철거사업 쪽으로 사업 계획이 있었다며”며 허탈해했다.
현재 전 씨의 빈소는 형과 어머니, 친구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 씨의 발인은 16일 아침 8시. 장지는 인천가족공원이다.
한편 경찰은 코레일과 전 씨와 작업하던 동료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와 안전 대책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문수빈 기자 soobin_22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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