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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죽었어 어쩌면 좋냐 우리 아들”…온수역 사고, 부서진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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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 성심병원 장례식장/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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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문수빈 기자] “아침에 일어나서 죽었어! 아이고 어쩌면 좋냐 우리 아들이 죽었어. 어쩌면 좋냐 이놈들아!”
지하철 선로 작업을 하던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크게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던 어머니 이모(63) 씨의 바람은 산산이 부서졌다. 하루아침에 생때같은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아들의 사망 사실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어머니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14일 오전 7시59분께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온수역에서 배수로 작업을 하던 전모(36) 씨는 온수역에서 오류역 방향으로 약 300m 떨어진 지점에서 같은 방향으로 운행하던 열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 씨는 당시 동료 2명과 함께 배수로 칸막이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침에 그냥 다녀온다고 그랬어, 엄마 이따가 다녀올게 이따봐, 분명히 그랬는데…” 어머니 이 씨는 아들 전 씨에 대해 살가운 막내 아들이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딸 같은 아들이어서 잘했어, 집 가면 다 치워놓고 지 빨래해놓고 그러고 있어. 밥도 잘해. 내가 하면 맛없다고”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실제로 전 씨는 인력사무소를 통해 받은 일당의 절반 이상을 이 씨에게 생활비로 주는 등 착한 아들이었다. 이 씨는 “가서 얼마를 받는지 얘기 안 해. 지가 뭐하면 7만 원 주고. 적게 준 날은 5만원 10만 원. 어제는 10만 원 제일 많이 줬다”며 눈시울을 붉힌 채 옅은 미소를 보였다.

구로 성심병원 응급실/사진=문수빈 기자
 soobin_222@asiae.co.kr

구로 성심병원 응급실/사진=문수빈 기자 soobin_22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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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진정한 이 씨는 아들의 사망 소식에 대해 “그냥 아침에 엄마 잘 다녀오겠습니다 이따 봐 그거밖에 없지. 오늘이 마지막이었지. 그리고 오늘 아침에 출근하다가 전화 받은 게 그거지”라며 담담히 말했다.

이 씨는 이어 “119가 와서 보니까 후송했다고 그러데? 병원으로. 많이 다쳤냐고 물으니까 아무 소리도 안 하고. 그때 아 일이 크게 났구나. 엄청 크게 났구나 했지…”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씨는 아들이 열차가 오고 가는 위험한 철로 위에서 작업 한다는 사실을 사망 직후 알았다면서 “내가 철도 일 한다고 하면 못 하게 했어 위험하다고. 철도 일 한 건 처음이야. (내가 알아서 말렸으면) 안 갔지”라며 가슴을 꾹꾹 눌러가며 터져 나오는 눈물을 삼켰다. 전 씨가 숨진 이날은 온수역 선로작업을 나간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한참 뒤 이 씨는 아들이 일용직 노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집이)목공소를 옛날에 크게 했었어. 그래서 아들이 손기술이 좋아 똑똑하고”라고 설명했다. 전 씨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내던 중 2011년부터 건설현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전 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빈소로 달려온 전 씨의 친구들은 전 씨와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서 알고 지냈다며 30년 지기 친구라고 설명했다. 친구들은 “친구가 이 일은 3년 정도 하고 철거사업 쪽으로 사업 계획이 있었다며”며 허탈해했다.

현재 전 씨의 빈소는 형과 어머니, 친구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 씨의 발인은 16일 아침 8시. 장지는 인천가족공원이다.

한편 경찰은 코레일과 전 씨와 작업하던 동료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와 안전 대책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문수빈 기자 soobin_22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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