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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잡학사전] 와이셔츠는 분명 T자모양인데...왜 'Y셔츠'라고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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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형태의 와이셔츠. 'Y셔츠'로 흔히 알려져있지만, 원래는 '화이트 셔츠(White Shirt)'의 일본식 발음인 와이샤스가 일제강점기 그대로 들어오면서 굳어진 표현이다.(사진=라쿠텐 홈페이지)

일반적인 형태의 와이셔츠. 'Y셔츠'로 흔히 알려져있지만, 원래는 '화이트 셔츠(White Shirt)'의 일본식 발음인 와이샤스가 일제강점기 그대로 들어오면서 굳어진 표현이다.(사진=라쿠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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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입는 옷인 '와이셔츠'는 보통 발음 때문에 'Y셔츠'라고도 많이 쓴다. 그런데 아무리봐도 'Y'가 들어간 이유를 찾기란 쉽지 않다. 옷 자체도 'T'자로 생긴 생긴데다 Y자 표식이 특별히 들어가 있지도 않다.

굳이 이 옷에서 Y자를 찾는다면, 보통 목부위의 칼라가 120도 각도를 유지하는 '윈저칼라(Windsor collar)' 와이셔츠의 경우엔 칼라부분에서 찾을 수 있지만 억지에 가깝다. 어디를 찾아봐도 와이셔츠엔 Y에 해당하거나 상징하는 것도 없고 기원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럼 대체 왜 Y셔츠가 된 것일까?
Y셔츠란 단어가 만들어진 이유를 찾기 위해선, 1868년 메이지 유신 시기의 일본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영어 단어에는 와이셔츠란 단어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으며 그냥 '셔츠(Shirt)'란 단어로 통일되거나 보통 정장 셔츠는 '드레스 셔츠(Dress Shirt)'란 말을 많이 쓴다. 와이셔츠란 말은 이 셔츠가 일본 양장점에 들어오면서 만들어진 일본식 표현이었다.

메이지유신기 일본의 구미열강 사절단이었던 '이와쿠라 사절단'이 1872년 런던 체류 중 찍은 사진 모습. 사절단 대표이자 중앙에 일본 전통의상을 입은 이와쿠라 도모미를 제외하고 모두 양복을 입고 있다. 와이셔츠란 단어는 메이지유신기 양복 정장이 유입되면서 만들어진 단어였다.(사진=위키피디아)

메이지유신기 일본의 구미열강 사절단이었던 '이와쿠라 사절단'이 1872년 런던 체류 중 찍은 사진 모습. 사절단 대표이자 중앙에 일본 전통의상을 입은 이와쿠라 도모미를 제외하고 모두 양복을 입고 있다. 와이셔츠란 단어는 메이지유신기 양복 정장이 유입되면서 만들어진 단어였다.(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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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와이(Y)는 대체 어디서 붙은 것일까? 다름아닌 흰색, '화이트(White)'란 단어에서 왔다. 당시 유럽인들은 흰색 셔츠에 검은 조끼를 겹쳐입고 그 위에 신사용 대례복인 검은색 프록코트(Frock coat)를 입는 것이 유행했다. 이 복장을 본 일본인들이 흰색 셔츠를 뭐라고 부르냐고 물어봤을 때, 'White Shirt'란 답변이 돌아왔고, 일본인들은 이것을 자기네 방식으로 '와이샤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단어는 곧 Y셔츠로 변형됐으며,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에 들어오면서 굳어져 버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을 제외하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와이셔츠'를 구할 수가 없다. 현재 영어권에서는 주로 정장에 입는 클래식한 복장에 쓰이다보니 'Formal Shirt'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고 한다. 요즘엔 와이셔츠도 여러 색깔이 등장했지만,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셔츠는 대부분 흰색이었고 옷의 가장 밑에 받쳐입는 옷이었다. 그러다보니 서양에서도 흰색 와이셔츠는 포멀이란 표현을 쓰게 된 것.
특히 이 흰색 와이셔츠를 입을 때는 속옷도 입지 않은 상태에서 입는다. 이것 때문에 여름에는 다소 민망한 복장이 되기도 한다. 정장 와이셔츠의 경우엔 흰색이면서도 상당히 얇아 몸이 비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속옷을 입지 않는 것은 단순히 옛 풍속을 넘어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몸에 상처를 입었을 경우, 어느부위를 다쳤는지 바로 알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18세기 영국군 복장 재현 모습. 흰색 셔츠 위에 조끼와 재킷을 걸치고 붉은색 프록코트를 입는 방식은 정장에도 적용됐다.(사진=위키피디아)

18세기 영국군 복장 재현 모습. 흰색 셔츠 위에 조끼와 재킷을 걸치고 붉은색 프록코트를 입는 방식은 정장에도 적용됐다.(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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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와이셔츠에 속옷을 받쳐 입지 않는 이유에 이렇게 다소 살벌한 사정이 숨어있는 것은 이 복장이 원래 18세기 이후 '군복'으로 입었던 옷이기 때문이다. 당시엔 지금보다 사거리가 짧고 조준속도가 느린 머스킷(musket) 소총을 쏘다보니 병사들이 일렬로 길게 늘어서서 일제사격전을 벌이는 이른바 라인배틀(Line battle)이 유행했다. 그러다보니 부상병들의 경우, 어디 총상을 입었는지 빨리 알 수 있고 찢기 쉬운 얇은 옷을 안에 받쳐입게 됐다고 한다.

그 위에 걸치는 화려한 조끼와 프록코트는 터키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몽골이나 터키 기병들이 입던 재킷인 '카프탄(Kaftan)'의 영향을 받아 폴란드 기병대에서 프록코트를 입기 시작하면서 퍼져나갔다. 이 군복에서 출발한 정장은 1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기관총과 후장식 소총이 등장해 무제한 사격전으로 전쟁양상이 달라지면서 전장에서 퇴출되고 행사용 정복으로 바뀌게 된다. 대신 그 잔재가 기업이라는 또다른 전쟁터로 넘어가면서 오늘날 직장인들의 와이셔츠가 된 것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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