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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가끔은 거꾸로 보고, 뒤집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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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KOTRA 사장

김재홍 KOTRA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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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의 매일 올림픽공원을 산책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이른 새벽 청량한 공기 속에 건강을 다지면서 하루를 설계한다. 공원 산책길은 2.4km의 몽촌토성길 코스와 3.2km의 외부 코스가 있다. 물론 공원의 외곽을 따라 더 크게 한 바퀴를 도는 코스도 있다. 나는 주로 외부 코스를 택해서 돈다. 그러다가 가끔 몽촌토성길을 돌기도 하는데, 워낙 많이 다녀서 눈을 감고도 걸을 수 있을 만큼 지형과 풍광이 익숙하다. 그래서 일까. 이따금씩 나는 반대 방향으로 걷는다. 일종의 궤도 이탈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면 익숙함은 대번에 낯설음으로 변한다.

산책 코스 하나 바꿔보면서 새삼 깨닫게 되는 것들이 많다. 코스를 바꾸면 산책의 시작과 끝이 서로 뒤바뀐다. 출발선이 반대로 도착점이 된다. 도착점에서 출발하다 보면 낯선 길을 가듯 마음가짐부터 새롭다. 걷다보면 평소에 걷던 내리막길은 오르막길이 된다. 늘 편안한 호흡으로 내려 걷던 길을 숨 가쁘게 오르다 보면 인생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된다.
어떤 선택이냐에 따라 내리막과 오르막이 뒤바뀔 수 있다. 어떤 선택은 힘겨운 오르막길로 내몰고, 또 어떤 선택은 편안한 평지나 내리막길로 인도한다. 그로 인해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그런데 멀리 보면 인생은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므로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오르막길은 비록 힘은 들지만 그것을 피하지 않아야 정상에 도달할 수 있고, 그래야 편안한 내리막길도 밟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내리막을 걸을 때도 다가올 오르막을 미리 대비해야 다시 높은 곳을 향해 오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반대 코스를 택해 걷다보면 해가 뜨는 모습도 반대편에서 접한다. 매번 앞모습만 대하던 건물들은 뒷모습이 먼저 보인다. 평소에 잊고 지내거나 볼 수 없었던 우리 삶의 뒤안길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저절로 역지사지를 떠올리게 된다. 평소 생각하는 습관은 물론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일하는 자세 등을 뒤집어 보고 돌아보게 한다.

역지사지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사람이 많을수록 시민의식이 높은 선진사회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갑질'이 주요 문제가 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타자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고 약자에게 횡포를 부리는 행태가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이 역시 역지사지가 해결의 출발점이다.
늘 고정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보면 한쪽 방향만 보게 된다. 사고의 절름발이가 되어 반대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할 수 있다. 상대방 입장에서 바라봐야 비로소 진면목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공급자라면 항상 수요자의 입장에서 보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수요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부단히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런 역지사지는 수요자에게도 요구된다. 일례로 우리는 정부 정책에 대해 수요자의 입장에서 비판적일 때가 많다. 어떤 정책이 당장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자신에게 는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여겨 불만을 표시하고 불신하기도 한다. 그런데 모든 국민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 입장도 헤아려보면서 이해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이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노사는 물론 기업과 소비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사와 부하 등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남 탓으로만 돌리고 나를 돌아보지 않으면 갈등과 대립이 무한정 반복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을 내가 먼저 배려해야 서로 양보하고 상생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

가끔은 거꾸로 보고 뒤집어 보자. 그래야 무의식적으로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생각이나 행동의 중심을 바로잡을 수 있다. 고정관념이 많거나 생각의 틀을 바꿔보고 싶다면 평소의 산책길을 반대방향으로 걸어보라. 그것만으로도 세상이 달라 보일 것이다.

김재홍 KOTRA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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