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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야기]작업용 와인 '로제'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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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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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수업시간에 교수가 졸고 있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로제와 어울리는 것은?” 학생은 바로 일어나 간단하게 “데이트”라고 답했다. ‘돼지고기’나 ‘닭고기’ 등의 요리가 대답으로 나올 줄 알았던 나머지 학생들은 박장대소를 했다. 그러나 교수는 “맞습니다. 좋아요”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 로제는 ‘작업용’이다. 정식 만찬에서 나오는 경우는 드물고, 야외 파티나 피크닉 그리고 특별한 날에 마신다. 그러니까 로제는 깊은 맛이 필요 없고, 색깔만 예쁘면 그만이다.

로제는 여러 나라 여러 지방에서 만들지만, 프랑스 루아르 지방에 있는 ‘앙주(Anjou)’가 가장 유명하다. 약간 달콤한 맛으로 예전부터 로제하면 앙주를 떠올릴 정도로 생산량도 많다. 또 다른 것으로는 프랑수아 1세가 애용했다는 역사가 오래된 론 지방의 ‘타벨(Tavel)’을 들 수 있는데, 이곳의 로제는 단맛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바디도 강한 편이라서 눈 감고 마시면 레드와인으로 착각할 정도다.
요즘 인기 좋은 로제는 캘리포니아의 ‘화이트 진판델(White Zinfandel)’이다. ‘셔터 홈 와이너리(Sutter Home Winery)’에서 진판델로 레드와인을 담그면서 타닌과 색깔을 더 추출하고자 색깔이 많이 우러나오기 전에 주스의 일부를 제거, 이를 가지고 와인을 만들어 ‘오에이 드 페르드리(Oeil de Perdrix, 프랑스어로 ’자고새의 눈‘이란 뜻이지만, 색깔이 옅은 레드와인을 말함.)’라는 이름으로 판매했다. 그러자 알코올·담배·화기국(BATF)에서 영어 이름을 사용하도록 권고해 할 수 없이 ‘화이트 진판델(White Zinfandel)’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당시는 화이트와인의 수요가 많아서 적포도로 화이트와인을 만들던 때였다.

1975년에는 같은 그룹인 ‘트린체로(Trinchero Family Estate)’에서 알코올발효가 끝나기 전에 이스트가 사멸해 발효가 중단되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다. 2주 동안 고민하다가 발효가 중단된 와인을 살펴보니 색깔이 옅으면서 매혹적이고 맛은 달콤하며 알코올 농도가 낮은 것을 발견하고 이를 팔기로 결정했다. 이 화이트 진판델은 미국 전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재앙이 최고의 찬스가 된 것이다. 요즘은 로제하면 캘리포니아 것이 보편적일 정도로 인기가 좋다.

‘로제(Rose)’는 불어로 분홍색이란 뜻이지만, 분홍색 와인이란 뜻도 된다. 이 로제는 적포도를 이용해 레드와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껍질과 함께 발효시키다가 색소가 덜 우러나왔을 때 껍질을 제거, 옅은 색깔을 갖도록 만든 것이다. 그래서 껍질이나 씨에서 맛이 덜 우러나와 맛이 강하지 않으며, 숙성도 오래 하지 않고, 대개는 달콤하게 만들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더 쉽게 만드는 방법은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적당히 섞는 것인데 프랑스에서는 이렇게 만들지 못하도록 돼있다. 단, 로제 샴페인 경우는 섞어도 된다.
어떤 와인을 선택할까 고민 중에 있다면 가장 무난한 선택이 로제다. 모든 용도에 맞는 와인으로 어색하지 않은 것이 이런 핑크빛 테이블 와인이다. 냉장고에서 꺼내 언제, 어느 곳이든 부담 없이 사용될 수 있다. 차게 해서 따 글라스에 부으면 된다. 요즘 같이 더운 여름에는 글라스에 얼음을 채우고 따라 마셔도 된다. 로제는 맛이나 향보다는 아름다운 색깔이 생명이라 핑크빛이어야 하며 오렌지나 보랏빛을 띠어서는 안 된다. 즉,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가장 잘 나타나야 한다. 날씨가 좋아지면서 야외에서 와인 파티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 때 약속시간이 되기 전 오는 순서대로 여러 명이 와인을 즐길 때 로제가 가장 좋다. 여기에 간단한 카나페를 준비하면 야외 파티의 우아한 분위기가 더욱 빛을 발휘할 수 있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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