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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에서 학생들은 왜 '훌라훌라' 노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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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당시 불렀던 '훌라송'의 정체는

'택시운전사'에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훌라송'을 부르는 광주 학생들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이미지)

'택시운전사'에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훌라송'을 부르는 광주 학생들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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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가 관객 800만 명을 돌파하며 올해 최고 흥행작으로 떠오르면서 이 영화 속 다양한 노래들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영화는 택시를 운전하는 송강호가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 혜은이의 '제3한강교' 등 당시 인기를 끌었던 노래들이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한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광주에 도착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류준열이 연기하는 구재식 등 광주 대학생 일행을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이 부르던 노래다. 트럭에 올라탄 힌츠페터는 학생들이 "우리들은 정의파다 훌라훌라"라며 노래하는 것을 카메라에 담는다. 곡조는 귀에 익은 동요 같은데 그 엄중한 현장에서 '훌라훌라'하는 것이 이채롭게 들린다. 이 노래의 정체는 무엇일까.
실제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불렀다는 이 노래는 이른바 '훌라송'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가사에 나오는 '정의파'를 제목으로 삼기도 하고 '정의가'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이 노래는 본격적인 민중가요가 등장하기 전까지 시위현장에서 가장 많이 불리던 노래였다고 한다. 지금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그 이후에 만들어졌다.

'훌라송'의 가사는 이렇다. "우리들은 정의파다 훌라훌라. 같이 죽고 같이 산다 훌라훌라. 무릎을 꿇고 사느니보다 서서 죽기를 원한다. 우리들은 정의파다." 가사를 바꿔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데 하고 싶은 말을 8음절로 줄이고 뒤에 '훌라훌라'를 붙이면 됐다. 예를 들어 "독재자는 물러가라 훌라훌라" 하는 식이다. 귀에 익은 곡조는 동요 '빙빙 돌아라'다. "손을 잡고 왼쪽으로 빙빙 돌아라"라고 불렀던 바로 그 노래다.

그렇다면 '훌라훌라'는 어디서 나온 말일까. 이 노래의 원곡은 아일랜드의 반전 민요 '존 당신을 알아볼 수가 없어요(Johnny I hardly knew ye)'다. 1800년대 강제 징집된 애인이 팔다리를 잃고 돌아오자 슬퍼하는 내용의 노래다. 가사 중에 'hurroo, hurroo'라고 있는데 이는 '훌쩍 훌쩍' 정도를 나타내는 의성어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이 노래가 미국으로 건너가 군인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부른 '존이 귀향할 때(When Johnny coming back Home)'가 됐다는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해 돌아오는 존의 금의환향을 예찬하는 가사인데 여기서 'hurroo hurroo'는 'hurrah hurrah'로 바뀌었다. '만세'라는 뜻이다.
아일랜드의 반전 민요가 미국으로 건너가 참전을 독려하는 군가가 됐고, 다시 우리나라에 와선 동요이자 민중가요가 된 셈이다. 이 노래의 역설은 또 있다. 2013년 열렸던 '그날의 훌라송' 전시회 자료에 따르면 5·18 당시 마지막 항쟁지였던 전남도청의 진압이 완료된 27일 아침 6시 계엄사의 선무방송이 전파를 탔는데 이 음악이 배경으로 깔렸다고 한다. 시민군들이 불렀던 노래의 가락을 '폭도를 숨겨주지 말라'는 방송과 함께 들어야 했던 광주 시민들의 심정은 쉬 짐작되지 않는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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