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느낌으로 재해석된 뮤지컬 '햄릿'
인물들 간의 섬세한 감정선에 집중한 130분
'사느냐 죽느냐' 등 명대사가 고전의 변질 막아
400년 시공간 거리 좁힌 공연 23일까지 이어져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은 아버지(선왕)가 급서한 뒤 어머니(거투르트 왕비)가 숙부(클라우디우스)와 결혼하자 크게 상심한다. 아버지의 죽음을 의심하기 시작한 햄릿은 유랑극단을 시켜 아버지의 죽음을 암시한 장면을 숙부 앞에서 공연하고, 숙부는 자신에게 대적하는 햄릿을 살해할 음모를 꾸민다. 햄릿 역시 숙부의 범행을 확신하고 그를 죽일 결심을 한다. 하지만 햄릿은 실수로 재상 폴로니우스를 죽이고, 이를 안 플로니우스의 딸 오필리아는 미쳐서 죽는다. 또 폴로니우스의 아들 레어티스는 햄릿을 독을 바른 칼로 죽이려 한다. 햄릿과 레어티스는 왕과 왕비 앞에서 목숨을 건 펜싱 결투를 한다. 왕비는 왕이 햄릿을 독살하려고 준비한 독주를 마셔 죽고, 레어티스와 햄릿은 둘 다 독을 바른 칼에 찔린다. 햄릿은 최후의 순간에 그 칼로 왕을 죽인 후 숨을 거둔다.
셰익스피어 사후 400여년간 반복된 이야기. 갈등과 죽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결국 모든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구조다. 그럼에도 또다시 관객들을 불러 모으는 힘은 새로운 연출에 있다. 조핸슨 연출의 햄릿은 음악과 춤, 인물 간 감정선에 더 집중함으로써 햄릿과 주변 인물을 더 가까이 보여준다. 록발라드와 랩을 가미한 넘버, 비보잉(스트리트 댄스)을 활용한 춤, 가죽 재킷과 블랙진을 입은 주인공은 낯설지만 신선하게 다가온다. 장면마다 빠른 무대전환으로 총 130분에 달하는 공연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햄릿의 친구로 나오는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 극 중반부 클라우디우스가 선보이는 춤과 노래는 유명 래퍼들의 무대를 떠올릴 정도로 박진감이 있다. 그럼에도 비극의 무게를 잃지 않는 이유는 스토리를 떠안는 인물들에 대한 섬세한 조명 덕이다.
'산다는 게 연극 같아. 온통 거짓말 다 가려져 있어' '사느냐 죽느냐' 등의 명대사 역시 고전의 변질을 막는 무게추 역할을 한다. 여기에 감미로운 선율의 노래들이 더해져 달콤 쌉싸름한 비극의 맛을 완성한다. '어디든 가주오 나와 함께/ 마음 속 아픔도 가슴 속 슬픔도/ 모두 다 버리고 우리 함께/ 오르고 또 올라 천사를 만날 수 있을까…'. 애달프고 지친 햄릿의 노래에서 우리는 새삼 '비극의 보편성'을 느낀다.
주인공 햄릿 역은 배우 이지훈과 아이돌 그룹 멤버인 신우(B1A4), 서은광(BtoB), 켄(VIXX)이 맡았다. 이 외에 이정화, 최서연, 민영기, 김준현, 안유진, 전수미, 김승대, 에녹 등 실력파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다. 오는 23일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뮤지컬 '햄릿' 더 알기= 햄릿은 1999년 체코에서 세계 초연된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체코의 국민 아티스트로 불리는 야넥 레데츠키와 세계적 작곡가 마틴 쿰작, 브로드웨이 안무가 제이미 맥다니엘이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다. 초연 당시 전례 없는 흥행 기록을 세우며 프라하(체코)와 브라티슬라바(슬로바키아) 무대에 6년간 꾸준히 올랐다. 2003년 미국에 진출했으며 국내에는 2007년에 처음 선보였다. 국내 초연 당시 대중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음악, 역동적인 전개로 '유럽 뮤지컬'만의 작품성과 매력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얻었다. 앞서 '팬텀' '몬테크리스토' '엘리자벳' '레베카' 등을 선보인 조핸슨 연출은 "오래 된 작품이지만 현대적 느낌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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