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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골목상권 흥망성쇠①]요우커 떠난 명동은 지금 '무주공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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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우커 사라지자 유동인구 대폭 감소
동남아·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 방문하지만
노점상인 "매출 절반 이상 줄었다"


5일 오후 명동 유네스코길 입구. 노점상들 사이로 동남아시아계 관광객을 비롯해 내국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올해 초까지 노점상에서 음식을 사먹는 중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비교적 한산해졌다.

5일 오후 명동 유네스코길 입구. 노점상들 사이로 동남아시아계 관광객을 비롯해 내국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올해 초까지 노점상에서 음식을 사먹는 중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비교적 한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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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5일 오후 명동 유네스코 거리 입구. 외국인 대여섯명이 환전소 앞에서 왁자지껄 대기 중이다. 휴가를 맞아 한국을 찾은 말레이시아 관광객 일행이다. 이들이 환전을 마치고 떠나자 거리는 다시 한산해졌다. 나이가 지긋한 일본인 중년 여성 두 명이 피부관리실 위치를 물어본 뒤 사라졌다.
명동은 올초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요우커)이 접수했다. 요우커의 필수 관광코스인 만큼 내국인보다 중국인이 훨씬 많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요우커가 밀려오면서 대로는 물론 골목 곳곳에는 소형 호텔과 화장품 매장이 들어섰고, 중국인들의 입맛을 겨냥한 마라탕(중국식 매운음식) 등 중국식당이 즐비했다.

하지만 이날 찾은 명동 골목은 동남아시아계 관광객과 일본인들이 눈에 띄었을 뿐, 요우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명동의 중심거리인 유네스코길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노점상들이 빽빽히 들어섰지만,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랍스터 구이를 판매하는 상인 장윤정(가명·30·여)씨는 "오픈한지 한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개시도 못했다"면서 "중국인들은 씨를 감췄고, 동남아시아와 일본 관광객들은 돌아다니긴 하는데 장사에는 도움이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오징어 버터구이를 굽던 최모씨(28)도 "동남아시아와 일본인 관광객이 있긴 하지만 평소 유도인구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것"이라며 "예전에는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바글바글했는데 (노점상마다)상인들만 지키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동남아시아 관광객은 외곽으로 나갔다 밤에 잠깐 명동에 나오기 때문에 매출은 전혀없다"고 덧붙였다.
5일 오후 명동의 한 환전소 앞에서 말레이시아 관광객들이 환전하는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환전을 마친 이들 관광객들이 떠나자 거리에는 내국인들만 분주하게 오갔다.

5일 오후 명동의 한 환전소 앞에서 말레이시아 관광객들이 환전하는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환전을 마친 이들 관광객들이 떠나자 거리에는 내국인들만 분주하게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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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주말부터 서울에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그마나 눈에 띄었던 동남아시아 관광객도 자취를 감췄다.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한국 단체여행 전면금지 조치를 내린 이후 일부 노점상의 매출은 반토막났다. 최씨는 "사드 논란 이후 중국인 손님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면서 "요즘엔 한명도 못 봤다"고 전했다.

실제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입국 관광객은 전년대비 각각 13.3%와 11.2% 늘었지만 3월 11.2% 감소한데 이어 4월에는 26.8%나 빠졌다. 지난 5월에는 입국 관광객수 감소율은 34.5%로 확대됐다.

요우커가 자취를 감추면서 명동 골목에는 중국어가 사라졌다. 지난해 10월 중국 국경절 연휴까지 화장품 매장이 밀집한 명동 유네스코길에선 직원들이 중국어로 호객행위를 하는 탓에 내국인 손님은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화장품 매장마다 중국어에 능통한 조선족이나 한국어에 서툰 중국인 유학생을 채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직원들은 대부분 한국어로 손님들을 맞았다.
5일 시청역에서 을지로입구역까지 이어진 지하상가에는 지난해까지 중국인 관광객들이 여행용 짐가방을 끌고 오갔지만, 최근에는 자취를 감췄다. 내국인들도 방문이 뜸하면서 문을 닫은 매장도 늘고있다.

5일 시청역에서 을지로입구역까지 이어진 지하상가에는 지난해까지 중국인 관광객들이 여행용 짐가방을 끌고 오갔지만, 최근에는 자취를 감췄다. 내국인들도 방문이 뜸하면서 문을 닫은 매장도 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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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중심지인 유네스코길을 벗어나면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전국 최고 땅값을 자랑하던 명동역 인근은 골목 구석구석마다 임대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문을 닫은 대부분의 상점들이 폐점 이후 새로운 임차인을 찾지 못한 모습이다.

명동 인근의 지하상가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시청역에서 을지로 입구역까지 이어지는 지하상가는 이날 오가는 행인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일부 매장은 아예 문을 닫거나 폐업한 곳도 있었다. 한국 특산물 등 전통상가가 밀집해 올해초까지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던 곳이다.

일부 관광객들은 요우커가 사라진 명동을 반기는 분위기다. 소공동 롯데호텔이 투숙중인 일본인 나미코씨(61·여)는 "오늘 도착했는데 호텔에도 명동에도 중국인들이 정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지하상가 입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조모씨(64)도 "중국인들이 없으니까 일본 관광객이 다시 찾아오는 것 같다"면서 "시끄럽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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