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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천하장사 이태현, 씨름 위해선 어디든 간다

최종수정 2018.09.12 21:46 기사입력 2016.11.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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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2016 천하장사 씨름대축제' 첫날 경기가 열린 지난 16일 장충체육관. 여자장사전 국화급(70㎏ 이하)에 출전한 세네갈의 에블라인 디아타(40)가 스페인의 페르도모 라미레즈 (19)와의 경기에서 첫 판을 이기자 이태현 용인대 격기 지도학과 교수(40)는 "오~ 이겼어. 이겼어"라며 뛸듯이 기뻐했다. 에블라인은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세계무술연맹이 이번 대회에 출전시킨 외국인 선수 열 명 중 한 명이다. 이 교수는 세계무술연맹 교육사업 초청 강사로 에블라인에게 씨름을 가르쳤다.

이 교수는 이날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키가 196㎝나 되는 산만한 덩치가 검은 두루마기를 걸치니 단번에 눈에 띄었다. 검은 두루마기는 '나는 천상 씨름인이야'라고 웅변하는 듯했다. 이 교수는 "사명감이 커졌다"고 했다.

이 교수는 천하장사 3회, 백두장사 20회 등 한때 씨름 무대를 평정한 스타다. 씨름의 인기가 시든 2006년에는 격투기로 전향, 통산 전적 1승2패를 기록하고 2008년 다시 모래판으로 돌아왔다. 이 교수는 "격투기할 때는 모든 게 잘 안 풀리고 제 자신도 날카로웠는데 모래판으로 돌아오니 마음도 편하고 주위에 응원하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했다. 사명감이 커진 이유다.


최근 이 교수는 씨름을 가르치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 그는 "씨름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섬마을이나 강원도 산골 등 전국 어디든 간다"고 했다. 여교사가 체육을 맡아 씨름을 가르치기 어려운 한 초등학교에는 2주 동안 가서 아이들에게 씨름을 가르쳤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맨살을 맞대는 씨름을 어색해했다. 나중에는 진 아이들이 다시 하자며 덤빌 정도로 재미를 붙였고 넘어진 상대를 일으켜주기도 하면서 씨름의 묘미를 알았다. 이 교수는 "선생님으로부터 아이들이 화합을 배웠다며 고맙다는 편지를 받기도 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금 어른들이 씨름을 좋아하는 이유가 어렸을 때 놀이로 즐겼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에게 씨름을 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어디에나 모래판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곳이 줄어 아이들이 씨름을 해볼 기회가 없는 점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에블라인 같은 외국인들도 씨름에 쉽게 재미를 붙인다. 이 교수는 "외국인들은 모래 위에서 춤추면서 놀다가도 '씨름 하자' 하면 모여서 다 같이 한다. 우리는 운동이라 하면 힘든 것부터 생각하는데 외국인들은 즐기려고 하니 가르치는 보람도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사비를 들여서 해외에 나가 씨름을 가르치기도 한다고 했다.

이날 장충체육관 천장에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역대 천하장사들의 대형 걸개사진이 걸려있었다. 2009년 천하장사가 황규연, 그때 결승전 상대가 이 교수였다. 당시 구미시청 소속이었다. 이 교수는 "모래판으로 돌아와 2009년 천하장사 대회에서 2등 했다"며 "결승전에서 황규연 선수하고 붙었는데 그때 생각하면 아쉬워 죽겠다"며 웃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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