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인하 효과는 제한적, 오히려 가짜 기름 우려만 커질 것"
주유소들이 시골 석유판매소 악용해 가짜 석유 생산, 유통시켜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시골 산간 지역에 있는 석유판매소가 일반 주유소로부터 휘발유, 경유, 등유 등을 떼다 팔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가짜기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유업계는 그동안 주유소들이 영세한 석유판매소를 이용해 몰래 가짜기름을 만들어 팔다 적발된 사례를 들며 "법 개정은 가짜석유를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석유판매소는 간판만 하나 걸어놓고 20ℓ 말통에 기름을 파는 곳으로, 전국에 2500개 정도 있다.
하지만 정유사와 석유유통협회, 석유일반판매소협회는 반대하고 있다. 농협 석유판매소와 주유소 간 거래는 극히 일부일 뿐더러 오히려 가짜석유 유통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석유판매소들은 품질 관리가 확실한 정유사나 대리점들로부터만 기름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주유소들과 거래를 하면 다른 정유사 제품 간 혼유나, 상표제품과 무상표 제품 간 혼유를 해도 알 수 없고 단속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불법 석유판매비율이 주유소보다 일반판매소가 높다. 현재 오피넷에 등록된 불법행위업체는 주유소 101개, 일반판매소 82개다. 전국의 주유소가 1만2000여개 일반판매소가 2500개인 것을 감안하면, 일반판매소의 불법행위(3.28%)가 주유소(0.8%)보다 많은 셈이다. 석유유통업 관계자는 "판매소는 현재도 음성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주유소와 거래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면 이런 불법행위가 더 판을 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판매소도 거래상황기록 주간보고를 의무화하겠다는 안을 내놨지만 업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부분의 판매소가 영세해 전산시스템이나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아직 입법예고 단계이고, 정유업계 우려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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