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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 천사들의 나라/전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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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제 걱정 없을 거다
 삼백 명 아이들이 천국으로 가
 천사가 되었으니
 두고 온 나라를 보살펴 주겠지
 책임 있는 자들이 침묵하고
 예수 팔아먹는 목사들이 망언을 해도
 우리는 이제 잘나갈 거다
 심청이처럼 바다로 뛰어든 아이들
 남겨진 부모를 생각할 터이니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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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사들이 있었다. 수학여행을 간다고 즐거워하던 천사들이 있었다. 여행을 떠나던 날 아침, '엄마, 잘 다녀올게요', '아빠, 일찍일찍 집에 오셔요', 새삼스레 다정한 문자를 보낸 천사들이 있었다. 수학여행 마지막 날 그간 남몰래 좋아해 온 친구에게 고백하려고 마음먹었던 천사도 있었고,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수줍게 단어장을 꺼내 들던 천사도 있었다. 재잘재잘 꺄르륵꺄르륵 배에 오르던 천사들을 따라 갈매기들도 덩달아 신이 났었다. 그랬다. 즐겁고 행복한 날이었다. 그랬는데, 그랬어야 했는데, 벌써, 800일하고도 보름이 더 지났다. 어떤 천사는 여태 시퍼런 바닷속에 있다. 바닷속에서 엄마, 아빠 걱정뿐이다. 심청이처럼 말이다. 심청이처럼 곱고 맑은 천사들이 저 바닷속에 아직도 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정말 정말 미안하고 미안하다. 그래, 이제는 너희가 아니라 우리가 연꽃으로 배를 만들어 마중 나갈게. 부디 그만 돌아오렴, 천사들아.(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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