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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한은에 힘 실어준 美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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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As far as the issue about bank loans and the shipbuilding, I think that's appropriately handled through the Congress and the US Parliament. " (은행 부채나 조선업 대출은 의회에서 처리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발권력 동원 압력에 앓던 한국은행이 홈런을 쳤다. 한은맨이 아닌 외부인의 홈런이긴 했지만 파장은 컸다. 타자가 바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멤버 중 한명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였기 때문이었다. 그 바람에 '오해'도 샀다. 직접출자에 반대하는 한은이 Fed와 짜고 친 홈런 아니냐고. 한은은 펄쩍 뛴다. "불러드 총재 초청은 구조조정 이슈 전 잡혔다.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일 뿐"이라고.
그럼에도 충분히 가능한 오해다. 한은과 정부가 참여하는 국책은행 자본 확충 협의체는 구조조정 지원엔 합의했지만 여전히 직접 출자 등 방법론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에 발권력을 이용하려면 납득할만한 타당성이 필요하고 중앙은행의 손실 최소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게 한은 입장이다. 그런데 공개적으로 말하는 덴, 쭈뼛쭈뼛한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싸움으로 비치는 게 싫어서다.

이 때 불러드 총재가 제대로 펀치를 날렸다. 짜고 쳤던, 아니든 중요치 않다. "세금을 내는 국민의 의견을 고려해 의회서 결정할 문제"라는 말 한마디가 발권력의 무게를 충분히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금통위원들 동의로만 돈을 찍을 수 있다. 급전이 필요한 정부가 발권력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다. 수출이 최대 목표였던 개발금융시대, 우리도 그랬다. 1976년 수출입은행 제정 당시 수출입금융의 재원 마련이 쉽지 않고, 정부 재정 여력이 넉넉지 않다는 이유로 한은의 출자가 이뤄졌다. 지금은 그 때와 다르다. 금융시장이 선진화되면서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됐다. 개발기관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축소됐다. 발권력으로 국책은행 자본을 확충하자는 건 40년전 개발금융시대로 회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최종 부담처가 국민이라는 것도 문제다. 추경을 통해 재정을 늘리려면 세금을 더 거둬들이거나 빚을 져야 해 조세 저항이 생긴다. 그래서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반면 한은이 찍는 돈은 이를 생략할 수 있다. 국가부채에도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발권력을 사용해 돈을 찍어내면 통화량이 증가하게 돼 금리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한은은 통안증권을 발행해 기준금리 수준이 유지되도록 통화를 흡수해야 하는데 이때 통화증권 발행 이자는 한은이 부담해야 한다. 이는 국민 부담이 된다.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이 10조원 안팎이라고 한다. 국민 한명당 19만3857원(2016년 4월 인구 5158만4349명 기준)씩 줄 수 있는 돈을 조선ㆍ해운사란 특정 기업에 지원하는 셈이다. 전 국민이 아닌 특정영역에 투입할 자원인데 국회 동의라는 절차를 생략해도 될까. 급히 먹는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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